그는 등산 중에 우연히 발견한 곰취를 채취해 부인 김 모(47세)씨에게 선물했다. 남 모씨 가족은 저녁메뉴로 삼겹살을 선택했고, 상추·깻잎과 함께 곰취를 쌈 채소로 내놨다.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 모씨 가족은 K 병원 응급실 신세를 졌다. 오전에 채취한 곰취가 그 곰취가 아닌 독초(동의나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초를 산나물로 착각하고 먹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같은 시기에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은 곰취와 동의나물, 산마늘과 박새, 은방울꽃, 원추리와 여로 등이 있다.
항암 효과가 높다고 알려진 산마늘은 명의나물로 알려져 있으며 맛과 향이 좋아 쌈으로 많이 이용한다. 이 산마늘은 독성이 있는 박새나 은방울꽃과 비슷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산마늘은 잎이 2~3장 나는 반면 박새는 줄기가 곧게 서며 잎이 줄기를 감싸듯 여러 장이 촘촘히 어긋나게 달린다. 은방울꽃은 꽃이 줄기에 방울방울 맺힌다.
연한 잎을 식용하는 비비추도 산마늘과 비슷한데 잎의 가장자리에 가늘게 잎 주름이 있다. 박새, 은방울꽃, 비비추도 비슷하기 때문에 먹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의 검증을 받는 것이 좋다.
원추리는 어린잎의 식감이 부드럽고 맛이 좋아 데쳐 먹는다. 충분히 데쳐 먹으면 안전하지만 어린잎이 아니면 먹지 않아야 한다. 원추리와 혼동하기 쉬운 독초는 여로다. 이들의 어린잎은 전문가도 구분이 쉽지 않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원추리는 잎에 털이나 주름이 없이 미끈한 반면, 여로는 잎에 털이 많고 잎맥 사이에 주름이 나 있다.
이정훈 농진청 약용작물과 박사는 "일반적으로 독초 구분 시 식물체의 잎이나 줄기를 꺾어 냄새를 맡았을 때 역하다면 일단 독초를 의심하는 것이 좋다"며 "또 벌레가 먹는 식물은 사람이 먹어도 해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벌레가 갉아먹은 흔적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산약초를 잘못 먹고 복통과 구토, 어지럼증, 경련 등의 증세가 나타났을 때에는 음식물을 토해 낸 뒤 신속히 응급실에 가야 한다"며 "이때 먹은 식물을 가져가면 중독의 원인과 해독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확신할 수 있는 산약초가 아니라면 야생 식물을 함부로 채취해 먹는 걸 자제하는 것이 좋고 필요할 때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