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12년 만에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교보생명 사측이 희망퇴직 원칙을 깨고 직원들의 퇴직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구조조정 합의 문제를 놓고 극명한 입장차를 나타냈던 교보생명 복수노동조합은 한목소리로 사측을 맹비난하고 있다.
사측과 퇴직지원 조건을 합의한 직후 “조합은 명예로운 출구 마련을 위해 퇴직 지원 조건에 대한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던 때와 상반된 태도다.
교보노조는 ‘오버하는 조직장들의 발언’이라는, 퇴직을 강요하는 조직장들의 발언 유형을 소개하기도 했다.
주요 유형은 △요즘 참 힘들다. 나도 이런 면담 하기 싫은데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다. △이번에 퇴직하지 않으면 교육에 입과해서 못 견뎌 그만두게 할 거다. △신입사원 500명 뽑았다. 후배들을 위해 용퇴해 달라. △남편이 재산도 있고 잘사니 이번 기회에 그만두고 살림이나 하는 게 어때 등이다.
사측은 직무향상교육 대상자 지정을 5월 말에서 6월 중으로 미뤄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노조는 “만약 애초 취지와 달리 현장과 사무직, 저연령층에 (사측의) 압력이 집중된다면 합의 위반으로 알고 노사관계의 파국을 감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려하는 바와 같이 근로조건이 후퇴하는 불법적인 성향의 교육이 진행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직원은 “어제 단장이 15년 이상(재직)자를 집합시켜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오는 우리들은 얼굴이 굳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며 “가족들에게 뭐라고 해야 하나. 우리 아들, 딸 고등학교는 졸업하고 그만두더라도 그만둬야 하는데. 크는 아이들이 삼겹살이라도 사달라고 하면 어쩌지”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회사는 몇 명이 벌써 (희망퇴직 신청서를) 썼다느니, 안 나가면 지방발병(이라느니), 교육센터 입소 등의 여러 가지 압박 수단을 활용해 직원들을 개별면담하면서 각개격파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조는 여전히 사측과 교보노조의 구조조정 합의에 불만을 표시하며, 교보노조로부터 교섭권을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편 교보생명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9일까지 재직 기간 1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한다.
교보생명이 연례 희망퇴직과는 별도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처음이며, 신청 대상자는 전체 직원 4700여 명 중 절반에 육박하는 2300여 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