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포스코는 지난 19일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철강본업 집중과 재무구조 건전화 등 내실경영을 골자로 하는 신(新)경영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사안이 빠져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이날 권오준 회장은 중장기 전략으로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2대 메가성장엔진 추진’, ‘기업가치 재고를 위한 계열사 구조조정’ 등 3대 실천 아젠다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16년까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EBITDA)을 8조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신용등급도 기존 투기등급 직전 수준인 ‘Baa2’에서 ‘A’등급으로 회복한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현금 확보를 위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포스코를 제외한 전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 회장은 철강업계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매각 여부와 동부인천스틸 인수에 대해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 “실사가 끝나봐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는 등 원론적 답변과 부족한 '디테일'로 투자자들에게 혼선만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또 권 회장이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에 대해 “대승적 차원에서 충분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고 경영을 잘 한다는 보장이 있는 회사가 인수해 간다면 매각 가능성도 있다”는 등 앞서 말한 발언과 상반되는 발언을 내놓은 점도 문제가 될 공산이 큰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애초부터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매각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같은 발언은 대우인터내셔널을 결코 싸게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 회장의 이같은 미지근한 발언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로 직결되고 있다. 기업설명회 직후인 20일 포스코 주가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포스코는 장 중 1% 이상 하락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하지만 장 막판 매수세 유입으로 낙폭을 줄여 0.65%(2000원) 내린 30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일부 투자자들은 권 회장의 카리스마 부족을 지적하고, 발빠른 M&A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증권포털 내 게시글을 통해 “권 회장이 소통을 하려는 것은 좋지만 카리스마가 없는 것 같다”며 “구조조정은 강단있고 빠르게 결정하고 진행돼야 하나 상장과 투자축소와 같은 방향으로 돈을 모으는 방안을 택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손해가 나도 대우인터내셔널을 매각하고 동부인천스틸 인수를 거절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면서 “결국 흐지부지로 끝나 개혁의 핵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관련업계는 알맹이 없는 신경영 발표에 대해 기존에 짜여진 구조조정 계획을 실천하기에 앞서 관련정보가 유출됐고, 결국 눈치보기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한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권 회장이 설명회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지만 공식적인 자리인데다 일부 언론에 (구조조정과 관련된) 사전정보가 유출됐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현재까지 알려진 매각과 인수합병 등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발표한 경영전략은 이미 알려진 수준”이라면서도 “본원 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어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기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