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1기로 졸업하고 동대 종합예술대학원 연극학에 진학한 안지혜는 데뷔가 늦은 편이다. 이유를 알고 나면 안지혜가 얼마나 정통 배우인지 알 수 있다. 안지혜는 대학원 진학 후 러시아로 넘어가 극단생활을 시작했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안녕 오스카’ 등 러시아에서 활동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대학로에서 공연을 했다. 아주 대중적인 연극 ‘라이어’부터 대중적이지 않은 여러 작품들까지 두루 섭렵했다.
“학교 덕분에 러시아에서 제일 좋은 학교에도 가보고 연극 무대에도 설 수 있었어요. 학교에서 러시아 극단을 초청해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 계기로 극단의 눈에 들어 러시아로 갈 수 있었죠. 1기이다보니 많은 혜택을 누린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국민대 1기라는 자부심도 있고, 책임감도 느껴요. 멋진 배우가 돼 학교 이름도 알리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죠.”
비장한 마음이 가득한 안지혜가 선택한 ‘일대일’은 김기덕 감독의 작품인 만큼 심오한 세계를 담고 있다. 안지혜는 “김기덕 감독과의 작업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일대일’은 기존 작품들과 달리 김기덕 감독 특유의 색이 빠졌다는 평도 있다. 안지혜는 그런 부분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를 살아가면서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얘기하고 싶고, 답답하다고 느낀 것들을 해소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면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으셨던 것 같다. 영화 속 그림자 리더(마동석)는 신을 상징한다고 느꼈다. 리더가 ‘왜 그랬어? 누가 시켰어?’라고 하는 대사는 신적인 느낌이 들었다. 결국 우리가 구원을 바라고 있고, 위로를 통해 행복해지길 바라는 내용을 담은 것 같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림자 리더가 감독님의 모습이고, 감독님의 영혼이 리더에게 투영되지 않았나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거장이시라고 느낀 부분이 또 있어요. 섬세하게 하나하나 연기 디렉팅을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전체적인 이야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오케이를 하셨어요. 테이크를 두 번 이상 가는 경우도 거의 없었죠. 10일만에 영화 촬영을 끝냈는데 아쉽더라고요. 현장이 그리웠는데 말이죠.”
“처절한 20대를 겪고 사춘기 같은 30대 초반을 지나 왔다”는 안지혜는 “저도 고뇌와 고통의 시간이 많았다.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던 중 감독님을 만나 작품 얘기를 하면서 제 삶을 돌이켜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국민대 연영과 1기로 졸업하고 동대학원에 진학하고 러시아에 연기 유학을 다녀온 안지혜에게 많은 고민이 있을 법 했다. ‘일대일’이 안지혜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갔다.
이제 안지혜는 연기에만 몰두할 예정이다. 좋은 소속사도 만나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사극도 하고 싶고요. 드라마도 하고 싶어요. 혼자 일대일로 많은 일들을 해왔는데 회사도 들어갔어요. 다음 작품에서 배우 안지혜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