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보고서 "엔저 지속된다…국내 수출기업 대비해야"

2014-05-1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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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강화되고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일본의 수출이 한층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수출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13일 한국은행 조사국의 곽준희 국제경제부 조사역은 이 같은 분석을 담은 '엔저의 수출 파급효과 제약요인 분석'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12년 12월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일본은행의 양적ㆍ질적 금융완화정책에 따른 엔화 절하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출은 크게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엔화 표시 수출액은 전년 대비 9.5% 증가했으나 물량은 1.5% 감소했다. 수출액 증가분은 대부분 엔화 절하에 따라 엔화 표시 수출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었다.

엔화 절하에도 수출이 부진한 이유로 보고서는 우선 일본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미진한 점을 들었다.

세계경제의 더딘 회복세와 주요 교역국의 설비 가동률 정체 등이 바탕이 됐다. 지난해 기계와 기기류 등 자본재 수출이 전년 대비 4.5% 증가에 그쳐 전체 수출 증가율(9.5%)보다 크게 밑도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 전체 수출 가운데 자본재는 약 52%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익을 중시하는 일본 기업의 가격전략도 요인 중 하나다.

통상 자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출기업은 해외 현지에서의 판매가격을 낮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엔화 절하기에 미 달러화 대비 환율은 14.6%, 명목실효환율은 14.9%나 하락했음에도 전체 수출물가는 1.8% 하락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일본 기업들은 과거 엔화 절상기에 악화됐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현재의 절하기에도 수출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가격결정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엔화 가치가 과거 절하기에 비해 크게 낮지 않아 현지 가격 기준의 수출가격 인하 여력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으로 엔저의 지속 가능성 전망이 어렵다는 점도 수출의 발목을 잡는다.

일본은행의 조사 결과, 일본의 수출기업들은 회계연도 기준으로 올해 대미 달러 환율이 과거 엔화 절하기의 115∼120엔보다 크게 낮은 99.6엔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이 엔저 지속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출가격 인하나 물량 증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밖에도 일본과 신흥국 간 수출경쟁 심화, 세계경제와의 밀접도 하락 등이 일본의 수출경쟁력 약화의 배경으로 언급됐다.

하지만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일본의 수출이 글로벌 수요 변동에 큰 영향을 받았다"면서 "향후 세계경제 회복세가 강화되면서 일본의 수출 확대를 일정 부분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정부가 산업경쟁력 강화 및 성장잠재력 확충에 주력하고 일본 기업도 글로벌 수요에 맞춰 제품을 개발ㆍ상용화하는 점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엔저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까지는 국내 수출에 미치는 엔저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 문제는 위에 언급한 요인들이 소멸된 이후다. 엔화 절하 폭이 더욱 확대되고 엔저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정착될 경우, 일본의 수출기업들은 수출가격을 하향 조정할 여력이 보다 커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보고서는 "향후 엔화 절하 폭이 보다 커질 경우 일본 기업들이 제품단가 인하는 물론 투자 확대, 신제품 개발 등의 전략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자동자, 일반기계, 철강 등 대일 경쟁품목 중심으로 국내 수출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대응전략을 강구하는 등 사전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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