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이 자국 주도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간 미국 등 서방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서 벗어나 '중국식 세계화'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모양새다.
중국 디이차이징르바오(第一財經日報) 12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장샹천(張向晨) 상무부 부장조리는 지난 9일 열린 제5회 국제인프라투자건설 고위급 포럼 석상에서 “중국 주도로 건설하는 AIIB가 아시아 각국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으며 커다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AIIB 규모는 500억 달러(약 51조원)로 1650억달러인 아시아개발은행(ADB)의 3분의 1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점차 규모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동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각국과 카자흐스탄, 한국, 몽골,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이 참여할 예정으로 일본과 인도는 제외될 것이라고 일부 외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오는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한층 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미국ㆍ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 중국이 자국 주도의 AIIB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 AIIB 설립을 통해 거액의 외환보유액 운용처를 다원화하고 위안화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한편 자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넓히게 될 전망이다.
현재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 중심의 글로벌 체제를 재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오는 20~2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도 중국 주도의 새로운 지역안보협의체로 만들어나간다는 구상 아래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의장국으로 개최하는 이번 회의에는 14개국 정상과 9명의 국제기구 책임자 등 40여 개 국가와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기조강연을 하고 회의를 주재한다.
CICA는 아시아 지역 국가 간 상호 신뢰구축 및 분쟁 예방을 위해 1992년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주도 하에 출범한 지역안보협의체다. 여기에서 미국과 일본은 옵서버에 그치고 있다.
또한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같은 국제기구가 신흥 경제국의 경제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분 확대를 요구하는 한편, 또한 브릭스(BRICS) 개발은행, 상하이협력기구(SCO) 개발은행 등 설립도 추진하며 미국ㆍ유럽 중심의 세계 금융질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밖에 중국은 '중국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포럼을 매년 개최하고, 미국이 독점한 국제 3대 신용평가사에 반기를 들어 '중국판 국제신평사' 다궁(大公)도 만드는 등 중국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