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한독(옛 한독약품)이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2세 경영 이후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제약업계 5위권 내외였던 실적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영업이익률은 반토막이 났고, 부채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5억원에 머물렀다. 전년보다 12.3% 감소한 수치다. 2012년에는 2011년보다 61.6% 추락한 86억원에 그쳤다. 매출 성적 역시 부진하다. 2011년 3331억원을 기록했던 한독 매출은 2013년 3279억원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한독의 부진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한독은 창업주 시설 보수적인 국내 제약사에서는 보기 드문 혁신 기업으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들어 정부의 약가 규제에 크게 흔들렸다. 무리한 인수합병(M&A)에 집중한 것도 독이 됐다.
지난달 30일 타계한 한독 창업주 고(故) 김신권 명예회장은 1957년 업계 최초로 외국 제약사인 독일계 훽스트와 기술제휴를 맺었다. 소화제 ‘훼스탈’이 훽스트의 기술과 원료로 만든 제품이다.
1964년엔 훽스트와 합작제휴를 체결, 국내 기업사상 가장 오래된 합작사가 탄생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물론 국내 제약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창업 2세 경영이 시작되면서 한독 명성은 모두 옛말이 됐다. 김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영진 회장은 2006년 3월 회장직에 올랐다. 2012년에는 다국적 제약사가 보유한 합작 지분을 모두 인수해 독립 경영에 돌입했다. 이듬해에는 회사명을 한독약품에서 한독으로 고쳤다.
지난해 2월엔 세계 복제약(제네릭) 1위 업체인 이스라엘 테바와 합작법인 ‘한독테바’를 설립하고, 12월엔 575억원을 들여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그러나 회사 자금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인수 탓에 재무건정성이 악화됐다. 2011년 46.66%이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60.91%로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신약 개발보다는 외국계 의약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데 집중하면서 기존에 6% 내외로 안정적이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3%로 추락했다.
태평양제약의 주력 품목인 항궤양제 ‘판토록’과 구내염 치료제 ‘알보칠’ 판매권을 인수받지 못한 것도 뼈아프다. 한독은 두 제품 원개발사인 일본계 제약사 다케다제약와 협상을 벌였으나 승계에 실패했다.
이는 유상증자 성적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중순 태평양제약 인수 중도금 218억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에 나섰으나 청약률은 74.74%에 그쳤다.
한편 올 1·4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64% 증가한 794억원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