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날개없이 추락하던 중견 조선업체들에게 바닦이 보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수주 감소, 그에 따른 매출 저하, 적자 폭 확대에 따른 자금난을 겪으며 채권단 관리 상태에 놓였던 중견 업체들이 상선 수주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28일 글로벌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포트에 따르면 올 3월말 현재 성동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은 57척 142만5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2011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소식을 전하더니 올 초 수 차례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희망의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SPP조선은 65척, 149만9000CGT, 대선조선도 18척 25만CGT로 선박 인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일감을 꾸준히 확보해 나가고 있다.
극적인 기업은 대한조선이다. 2012년 수주잔량이 사실상 ‘제로’였던 대한조선은 지난해 13척 40만2000CGT를 기록하며 수주 영업을 재개하더니 올 3월말 현재 24척, 71만5000CGT로 급증했다. 채권단 관리에 돌입했던 2009년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4개 업체가 수주한 선박 물량은 2016년까지 조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조선소들이 3년치 조업물량을 확보한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하반기부터 업체들은 인도시기를 맞추기 위해 다수의 선박 건조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어서 간만에 조선소 현장에도 활기를 띌 전망이다.
수주잔량 증가 덕분에 업체별로 올해부터 영업 손실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손실이 늘어난 것은 부실털기 보다 매출감소의 영향이 더 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체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성동조선해양의 매출액은 1조115억원, 영업손실은 1916억원이었다. 2009년과 비교해 매출은 56.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618억원 늘어났다. 영업손실액은 2011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이후 최대금액이다.
SPP조선도 지난해 매출액은 1조3882억원으로 2009년에 비해 52.8% 줄었다. 2009년 218억원 흑자였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586억원이라는 대규모 적자로 전환됐다. 영업손실이 2012년 586억원에 비해 1년 만에 1000억원이나 급증했다. 대한조선도 지난해 매출액 1404억원 영업손실 554억원으로 2009년 대비 매출은 194.7% 급감했고, 영업이익 106억원에서 적자전환 됐다.
하지만 대선조선은 지난해 매출액 4156억원, 영업손실 210억원으로 2009년 대비 매출은 38.1% 늘었고 손실폭은 약 400억원을 줄였다. 전년도 1740억원이라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무려 1500억원을 줄인 셈이다.
업체들의 이러한 대규모 손실은 지난해를 정점으로, 올해부터 서서히 축소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견 조선소들이 저가 수주와 부실·방만경영으로 위기에 처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체질개선을 이뤄냈다”며, “최근 수주한 물량들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가격에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 이들 물량이 매출에 반영되면 손실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