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가 중국 도시 평가보고서를 발표해 중국의 1선 도시(중국의 경제와 정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도시)로 베이징ㆍ상하이ㆍ광저우, 그리고 청두를 꼽았다. 기존의 1선 도시인 베이징ㆍ상하이ㆍ광저우ㆍ선전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베이상광선(北上廣深)’이라는 단어에서 선전을 빼고 청두를 집어넣어 ‘베이상광청(北上廣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것이다. 유니레버는 무엇보다 인구 1400만명, GDP 9100억 위안의 쓰촨성 성도 청두의 막강한 소비력에 주목했다.
청두는 예로부터 하늘이 내린 곳간, 즉 ‘천부(天府)’라고 불렸을 정도로 모든 게 풍요롭고 소비력이 강한 도시다. 자원이 풍부하고 농축산물 등 식재료가 다양해 예로부터 실크로드가 지나는 길목에 해당하는 곳이라 상업과 교류가 번성했던 도시이기 때문이다.
사실 청두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삼국지 무대 중 하나였던 촉한의 수도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시성(詩聖) 두보와 유비, 관우, 장비 등 삼국지 주인공들이 한 시대를 풍미한 곳이기도 한 청두에는 제갈공명의 위패가 모셔진 무후사, 두보가 은닉했던 두보초당 등 역사 유적지가 시내 곳곳에 남아있다.
이에 따라 청두의 지역 GDP 성장률은 2008년 12.1%에서 2009년 14.7%, 2010년 15%로 급등했다. 청두시는 올해 지역 GDP가 1조 위안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청두 주민들의 소득 증가율도 2010년 10.1%에서 2011년 13%, 2012년 14.9%로 해마다 높아지면서 소비 폭발로 이어졌다.
청두 시내 곳곳에는 루이비통, 베르사체, 티파니, 페라가모, 구찌 등 명품 매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H&M, 유니클로, 자라 등 전 세계 패스트패션 브랜드 매장 개수로 따지면 청두는 베이징ㆍ상하이 다음으로 3위를 차지했으며 선전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청두시 소매판매액은 3752억88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13.1% 늘면서 중국 도시 중 베이징ㆍ상하이ㆍ광저우ㆍ톈진ㆍ충칭ㆍ선전ㆍ우한에 이은 8위를 기록했다. 많은 사람들이 “5000위안을 벌면 1만 위안을 쓰는 곳이 청두”라고 말하는 이유다.
현재 서부대개발의 중심지로 청두의 경제 현주소를 보여주는 곳은 바로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떠오르고 있는 톈푸(天府)신구다. 지난 2011년 4월 국무원이 인가한 톈푸신구는 2030년까지 상하이 푸둥(浦東)신구, 톈진 빈하이(濱海)신구를 잇는 국가급 신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톈푸신구는 저렴한 인건비와 우수한 인력, 정부 지원 정책을 무기로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곳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 IBM 인텔 휴렛팩커드(HP) 마이크로소프트(MS) 지멘스 노키아지멘스네트워크 알카텔 델 등 외국 기업과 레노보 화웨이 ZTE 같은 중국 기업 등 약 400개의 세계적인 기업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지난해 ‘포춘 글로벌 포럼’, ‘세계 화상대회’, ‘서부국제박람회’등 굵직한 글로벌 행사를 다수 개최했을 정도로 청두는 이제 글로벌 도시로 떠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포춘 포럼 개최지 선정 당시 포춘지 앤디 서워 편집장은 "중국 서부대개발의 엔진인 중국 청두에서 이번 포럼이 개최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청두는 중국의 잠재력을 상징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청두 진출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가 청두시 인근에 상용차 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롯데도 백화점을 개점했으며, 우리은행도 청두 지점을 개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