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최근 중국 부동산 침체 경기 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중국의 수도 베이징 톈안먼에서 약 140km 떨어진 허베이(河北)성 바오딩(保定)이다. 최근 중국이 수도권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오딩은 ‘중국판 세종시’로 낙점됐다.
지난달 말 공표된 중국 수도권 개발 계획에 따르면 베이징, 텐진의 일부 행정기능과 산업을 허베이성이 흡수하게 된다. 특히 베이징의 행정기능ㆍ대학교ㆍ과학연구소ㆍ의료기관 등이 허베이성의 바오딩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중국판 세종시 건설 소식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부동산 투기 세력이다. 바오딩 집값은 지난 3월 한 달새 10% 올랐으며, 심지어 바오딩의 신규 단지 수백 채를 베이징 번호판을 단 고급차를 타고 온 4명이 통째로 매입했다는 소문도 시장에 떠돌았다.
청나라 때에는 이곳에 지금의 성급 관청인 직예총독부가 설립돼 쩡궈판ㆍ리훙장ㆍ위안스카이 등이 총독으로 재임해 수도권 지역의 군사 행정을 책임졌다. 바오딩은 1882년 청에 의해 흥선대원군이 유폐됐던 곳으로 우리나라 역사의 아픈 과거와도 맞닿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오딩은 중화민국 시기와 신중국 건설초기에는 허베이성 성정부 소재지가 되기도 했다.
이후 1958년 허베이성 성정부 소재지는 톈진으로 옮겨졌지만 1960년대 냉전 당시 마오쩌둥은 미국 소련의 군사공격에 대비해 ‘제3선 건설’을 추진해 1966년 허베이성 성도를 연해 도시인 톈진에서 내륙 지역인 바오딩으로 다시 원위치 시켰다. 연해 도시는 미국 침략의 첫 타깃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허베이평원지대 위치한 바오딩은 식량확보가 쉽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오딩은 2년 만에 또 다시 수도 자리를 스자좡에게 넘겨줘야만 했다. 문화대혁명 시기 바오딩에서 홍위병 등 조반파(造反派)들이 허베이성 정부 소재지를 장악하고 대중을 선동하며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며 무정부 상태에 빠져버렸기 때문. 이에 1968년 당중앙 지시에 따라 베이징군이 허베이성을 접수하고 성도를 스좌좡으로 옮길 것을 결의했다.
바오딩은 성도 자리를 스자좡에 빼앗긴 후 지난 40여년간 낙후도시 대명사로 전락해 지역 경제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지역 GDP는 허베이성 도시 중 탕산ㆍ스자좡ㆍ한단ㆍ창저우에 밀린 5위를 기록했으며, 인구 1인당 GDP는 허베이성 도시 중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다.
현재 바오딩은 중국판 세종시 건설 계획 소식에 지난 ‘잃어버린 40년’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실제로 바오딩은 중국의 행정수도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선 바오딩은 베이징ㆍ톈진과 황금 삼각권을 형성하고 있는 천혜의 지리적 환경을 갖추고 있다. 베이징 신공항에서 15km 떨어져 있고, 징광(베이징~광저우) 고속철이 바오딩을 통과한다. 바오딩~톈진을 잇는 도시철도도 건설 중으로 완공되면 톈진까지 거리는 30분으로 단축된다.
바오딩에는 허베이대, 화베이전력대 등 16개 대학이 소재하고 각종 과학연구기관이 140여개에 모여있으며, 과학연구 인력만 22만명에 달하는 등 인재 풀도 튼튼하다. 또한 중국 대표 자동차기업인 창청자동차, 세계 6대 태양광 기업으로 뉴욕 나스닥에 상장한 잉리 솔라, 중국 대표 제약기업 허베이제약이 모두 바오딩 토종 기업이다.
특히 잉리 솔라가 입주한 바오딩 ‘파워벨리(電谷)’는 중국 정부에서 적극 투자하고 있는 중국 최초 재생에너지 최첨단기술개발 산업단지다. 지난 2006년 설립된 파워벨리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잇으며, 오는 2015년까지 총면적을 30㎢로 늘리고 산업생산액 1000억 위안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