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 따르면 권 회장은 최근 교육·인사제도의 개편안을 공개했다. 지나치게 많은 교육과정과 성과보고가 오히려 임직원들의 부담으로 작용해 업무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권 회장은 ‘일당오(一堂五) 활동’을 회사에서 관리하지 않기로 했다. 직원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능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또한 전 임직원들이 의무 진행하던 직원 역량 개발 지원 프로그램인 PSC(Personal Score Card)도 자발적인 역량개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매월 진행한 상시 성과관리 주기는 분기 단위로 간소화하고 평가 주기도 반기로 전환했다. 상반기 평가결과도 연말 최종평가에 40% 반영, 성과관리의 실효성을 더할 예정이다.
리더계층의 통섭교육도 ‘토요학습’으로 통합해 월 1회 실시하며, ‘월례학습’과 ‘수요 인문학 강좌’도 하나로 통합했다. 신입사원이 받는 ‘3년 역량개발 프로그램’도 4개월의 현장교육을 1개월로 줄이고 여러 과제는 현업의 GB과제와 제철소 연구논문 발표 등으로 합쳤다.
혁신은 구 시대의 유물과 충돌할 수 밖에 없다. 권 회장도 자신의 그리는 포스코를 구축하기 위해 정 전 회장이 이뤄놓은 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 회장 내정과 동시에 발족한 ‘혁신 포스코 1.0 추진반’이라는 명칭을 제시하며, 차별화에 치중하겠다는 점을 내비쳤다. 정준양 전 회장은 창업기인 ‘포스코 1.0’, 성장기인 ‘포스코 2.0’에 이어 창조적 혁신 추구를 위한 ‘포스코3.0’을 구현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해왔다.
이를 권 회장은 ‘1.0’으로 돌려놓은 것인데, 1,0에는 ‘기본(Basic)’, ‘처음(First)’, ‘하나(One)’의 가치를 기반으로 ‘일등(Top)’으로 도약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권 회장은 지금 포스코가 완전히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업계는 물론 포스코 안팎에서마저 권 회장이 회사 인사 및 교육, 회사 업무 전반에서 정 전 회장의 색깔 빼기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권 회장의 역점 추진사항이 공교롭게도 정 전 회장이 강력히 추진했던 업무와 상반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인사와 교육, 업무 프로세스 혁신에 이어 사업구조 개편에 착수할 예정이다. 권 회장은 철강 본업에 집중할 것임을 분명히 해 대대적인 계열사 및 사업구조를 개편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정 전 회장은 철강 본업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유관 분야로의 확장을 추진한 것과 정반대다. 지난달 14일 취임 간담회에서 “전임 회장께서 꿈과 포부가 많아 현재 수십 개의 사업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는 표현으로 확장 위주경영의 문제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5월 16일 공개될 예정된 혁신방안에 계열사 구조개편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철강·비철강 분야를 막론하고 계열사간 합병,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단 인사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그 규모는 결코 적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