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국외에 흩어져 있는 한국문화재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2013년 국외 한국문화재 조사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미국 미시간대학교미술관 소장 한국문화재, 네덜란드 개인 소장 한국문화재, 미국 UCLA 리서치도서관 소장 함호용 자료 등 3건의 현지 실태조사 결과를 담아 ‘국외한국문화재 총서’ 3권을 최근 발간했다.
재단은 2013년 한해동안 4개국 11개 기관 소장 한국문화재 5천여점을 조사했다. 총서 3권은 재단의 2013년 실태조사 중 첫 결과물이다.
2014년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통계에 의하면 국외소재문화재는 15만6000여점에 이르며, 현재 그 중 20%의 현지 실태조사가 완료된 상태다.
재단은 1992년부터 실태조사사업을 실시해오고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와 함께 전략적·효율적으로 국외 문화재 실태조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미시간대학교미술관의 한국문화재 소장품은 교육기관의 박물관이라는 설립 목적에 맞게 한국미술, 특히 한국도자 전 시기의 다양한 기법, 기형, 문양들을 망라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된 도록도 그러한 소장품 성격과 교육적 목적에 부합하도록 작품해설과 고화질의 도판, 다양한 세부사진을 한 지면에 수록했다.
미시간대학교미술관은 디트로이트미술관(Detroit Institute of Arts)과 함께 미시간주 2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2009년 독립된 한국실을 개관하여 한국 문화재를 상설전시 중이다.
도록에 수록된 한국 문화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브루스 헤이젠캄프(Bruce Hasenkamp, 1938~ )가 기증한 한국도자 컬렉션이다. 1960년대 중반 주한미군으로 복무했던 그가 변호사일을 하면서 평생 동안 수집한 토기와 도자기들은 한국도자의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미시간대학교미술관의 한국 문화재 수집에는 미시간대학교 출신 한국 기업가들의 도움도 큰 역할을 했다. 헤이젠캄프 소장품 기증에 필요했던 재원 30만 달러는 재미동포 사업가인 고 남상용 회장(1934~2011)이 기증했으며, 세아그룹 고 이운형 회장(1947~2013)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은 한국실 설치를 위해 각 50만 달러씩 기증했다.
네덜란드인인 김달형(한국명)은 유럽 전자제품기업 간부로 1970년대에 3년간 한국에 머물며 국내 각지의 문화유적을 방문하고 인사동과 이태원의 고미술상에서 한국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구입했다.
그가 거래했던 고미술상의 영문 명함과 영수증, 그리고 문화재 국외반출 신고서 등은 당시 서양인들의 한국유물 수집 붐의 단면을 보여주는 드문 자료다.
김달형의 컬렉션은 비교적 저렴한 근대 백자와 목가구, 민속품이 주를 이루는 소박한 유물들로, 명품 문화재 컬렉션은 아니지만 한 외국인이 애정과 열정으로 수집한 500여점의 한국 문화재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이번 보고서의 표지 이미지로는 김달형씨가 한국에서 낳은 첫 딸을 닮아 구입했다는 나한상이 쓰였다.
스페셜컬렉션은 희귀도서 및 고서, 기록물, 역사사진자료로 구성되어 미국의 학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중 한국 관계 스페셜컬렉션은 함호용 자료를 비롯해 한국의 민주화와 통일에 대한 아카이브 컬렉션, 진희섭 아카이브 컬렉션(1906~1970), 안형주 컬렉션(1902~1959) 등 총 4개가 있다.
그 중 하나인 함호용 자료는 1905년 하와이로 이주한 이민1세대인 함호용 이 한국에서 가지고 간 물품과 호놀룰루에서 정착하며 수집한 일대기 자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도록은 근대문화재를 장르별(공예, 오디오테이프, 복식, 인쇄물, 서신, 필사본, 서적, 사진)이 아닌, 주제별로 편집하여 하와이 이민사와 미주독립운동사, 교회사 및 한국 근현대사가 심층적으로 조명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탕수수농장에서 일하며 근무출결표시 및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 <함호용 일지> 30여건은 함호용의 하와이 생활과 사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며, <합성협회 와일루아지방 단체사진>은 존속기간이 짧았던 지방합성협회의 활동을 보여주는 매우 드문 사진자료다.
한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재단은 2013년에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로서 ‘국외한국문화재’ 총서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 미시간대학교미술관 소장 한국문화재 영문판을 비롯해 3~4권의 도록을 추가로 펴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