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 근로시간 단축 논의 '가시밭길'… 이견만 '가득'

2014-04-1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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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 올해 기업들의 최대 경영 현안은 통상임금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이다. 예고된대로 재계와 노동계의 입장은 같은 사안을 두고 첨예한 입장이다.

재계는 당장 투자 위축이 우려되고, 노동계 역시 강경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마저 민감한 노동 현안에 대한 논의는 자숙하는 분위기다.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고용노동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 1월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양측은 서로 눈치를 보느라 뚜렷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올해 산업계는 사상 최악의 임단협 투쟁이 예고되고 있다.

◆ 위기 맞은 산업계 대책마련 착수

이로 인해 보다못한 일부 업계에서는 본격 행동에 나섰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재무구조가 열악한 중소기업을 위주로 노동 현안에 대한 빠른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기업들은 그나마 인건비 부담을 감내할 수 있지만 자금여력이 달리는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황이 급하다는 방증이다.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곳은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다. 15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상임금 관련 법률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통상임금의 산정범위를 '1임금지급기'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부품업체들이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면 수출, 투자, 고용 등의 감소로 이어져 결국 기업의 존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것.

조합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연간 5914억원(증가율 9.4%)을 인건비로 부담해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건비 상승은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해외 생산기지에서 국내로 수입하는 '바이백(Buy-Back)'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근로자 많은 대기업 고심 집중

무엇보다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해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은 자동차, 부품, 조선, 중공업 등 생산직 근로자가 많은 업종 기업을 꾸리는 대기업이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현대차그룹이다. 통상임금 범위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지급액이 상당한데다 휴일근로 등 초과근로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이 회사의 상여금은 '고정성'을 충족시키지 못해 통상임금이 아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회사의 입장은 단호하다. 윤여철 현대·기아차 노무총괄 부회장은 "법대로 하겠다"며 싸움을 피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삼성, LG 등 다른 기업들도 임금체계 개편을 준비 중이다. 다만 삼성과 LG는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돼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완충장치를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최저 1.9%로 정하고 상여금과 비슷한 개념인 전환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다. LG전자를 비롯한 LG 계열사는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데 합의했다.

◆ '또 다른 산'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이슈를 넘어서더라도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과제를 넘어서야한다. 재계와 노동계는 우선 근로시간을 현행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데는 공감했다. 이와 관련, 여야는 52시간 외에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 한도 설정 여부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추가 한도 설정 여부와 무관하게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물량을 맞추기 위해 휴일근로를 실시하는 현실에서 인건비 부담 및 인력난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휴일근로가 하루 8시간을 넘었을 때만 해당 근무시간의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통상임금의 50%씩 중복지급했고 8시간 이하의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휴일근로수당만 지급했다.

만약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면 기업은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시간에 상관없이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경총은 휴일·연장근로수당을 중복할증할 경우 추가 인건비 부담이 연간 7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계 역시 실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근로시간 단축 시 휴일근로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13.1% 감소해 연간 급여 환산 시 466만 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계는 근로시간이 줄어도 기본급을 올려 현재 임금수준에 맞춰 달라는 입장이지만 기업들은 기존 인력의 임금을 올려주고 추가 고용까지 한다면 회사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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