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첫 금통위, '무난한 데뷔'…'매파' 평가도

2014-04-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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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ㆍ박선미 기자 = 무난한 데뷔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첫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론적 답변으로 중립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발언을 종합해 보면 통화정책 기조의 방향성 및 경기인식에 대해 어느 정도 명확한 입장을 전달하려 했다는 평가다. 시장은 이 총재의 '매파적(통화긴축 지지) 성향'이 드러났다고 봤다.

◆ 기준금리 묶고, 성장률 소폭 조정…기존 한은 스탠스 '유지'

10일 이 총재가 처음으로 주재한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는 연 2.50%로 동결됐다.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연속 제자리에 묶인 것이다.

통화정책 방향을 조정할 만한 유인이 없었다는 게 금리 동결의 바탕이 됐다. 금통위는 "내수관련 지표가 일시 부진했으나 수출이 호조를 나타내면서 경기가 회복세를 지속했다"면서 "앞으로 국내총생산(GDP)갭은 당분간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겠으나 그 폭은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GDP갭은 잠재GDP와 실제GDP 간 격차를 뜻한다. 갭이 마이너스를 보인다는 것은 실제 성장여력이 잠재 성장률에 못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는 GDP갭이 마이너스를 보이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통화완화(금리 인하) 정책을 쓴다.

그러나 점진적인 경기 회복세가 예상되는 데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유지하는 미국 및 신흥국 금융불안 우려 등을 감안하면 현 단계에서 통화정책을 섣불리 흔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경제전망 수정치는 소폭 조정됐다. 한은은 올해 연간 GDP 성장률을 종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된 4.0%로 전망했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포인트 하향 조정된 2.1%를 제시했다. 

성장률 전망치 조정은 한은이 최근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년을 2005년에서 2010년으로 개편하고, 새 국제기준을 적용한 국민계정체계(2008 SNA)를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총재는 "통상 잠재성장률을 3%대 후반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연간 4% 성장이라면 잠재성장률 수준에 부합하는 속도"라면서도 "그간 성장세가 낮아 적정 성장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은 아직도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더 이상 금리 인하는 없다는 답변으로도 해석되는 다소 매파적 발언이다.

물가전망치를 조정한 데 대해 한은은 농산물가격 약세 장기화, 대학교 등록금 동결 등으로 1월 실적치가 부진한 것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물가상승세가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물가경로 전망은 이전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1%대에 머물고 있는 소비자물가는 이미 1년 이상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범위(2.5~3.5%)를 밑돌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은의 목표밴드를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 총재는 "이례적인 공급 측 요인으로 소비자물가가 낮았지만 이 요인이 해소되는 시점인 하반기에 가면 2% 중반으로 다시 올라갈 것"이라며 "물가안정목표는 중기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장 "총재, 매파적 성향 엿보여"…"소통 확대노력, 긍정적"

종전 한은의 경기인식과 통화정책 스탠스가 그대로 유지됐지만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을 통해 매파적 성향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시장과의 소통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 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 시점을 묻는 질문에 "물가안정, 성장, (통화)완화기조 지속에 따른 대외불균형 누적 등에 유의하면서 금리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경기회복세가 지속돼 GDP 마이너스 갭이 축소되고,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져 물가안정을 저해할 상황에 이르게 되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반기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신임 총재의 성장과 물가에 대한 인식을 보면 중도 매파로 평가된다"면서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고 시그널에 대해 보다 신중하고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물가안정과 중국경제에 대한 낙관적 견해, 실질금리 수준에 대한 인식 등을 감안하면 이 총재는 통화당국 수장 특유의 매파적 기질이 은연 중에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최근 환율 하락세에 대해 "환율 변동성이 너무 커져 쏠림현상이 생긴다면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1040원대가 무너지며 출발한 원ㆍ달러 환율은 정부의 구두개입과 이 총재의 발언 등으로 반등해 1040원대에서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도 약세를 보였다. 국채 3년물 지표금리는 전일 대비 0.4bp(1bp=0.01%포인트) 오른 2.86%에 거래를 마쳤고,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6bp와 1.4bp 오른 3.15%와 3.53%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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