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계열사 담보제공 1.2조 육박… 40% 껑충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국내 재벌 계열사간 담보 제공이 1분기만 1조1500억원을 넘어서면서 전년 동기 대비 40%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계열사간 채무보증을 이런 편법을 이용해 피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은 자본총계를 넘어서는 담보를 제공해 동반 부실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국내 자산총계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 계열사간 담보제공은 올해 들어 전월 말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1조1516억원 규모로 이뤄졌다.

전년 동기 8488억원 대비 1년 만에 35.67%가 늘었다. 2012년 1분기(5786억원)에 비해서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대글로벌은 전월 말 계열사인 현대유엔아이에 현대로지스틱스 주식 35만주를 바탕으로 48억원 상당 담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현대글로벌 자본총계 대비 20%에 달한다.

태경화성은 한화케미칼에 자기자본 대비 10%에 이르는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한화케미칼에 태경화성이 지급해야 할 매입채무에 대한 보증을 위해서다.

대한항공도 8663억원에 달하는 한진에너지 보통주 3만4000주를 한진에너지에 담보로 제공했다. 기존 차입금 상환을 연장한 데 따른 것이다.

보령엘엔지터미널은 SK E&S와 GS에너지로 부터 900억원이 넘는 담보를 받았다. 이 회사는 GS에너지와 SK E&S가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한 합작법인이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회계사는 "부실전이를 막기 위해 현행법상 대기업집단 계열사간 채무보증은 금지돼 있다"며 "상호출자가 막히자 담보 제공을 이용해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본총계를 상회하는 담보 제공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STX리조트는 연초 STX 채권단에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 STX가 2017년 12월 말까지 500억원 상당 무역금융 여신한도를 승인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STX리조트 자본총계 대비 135%에 해당한다.

채 회계사는 "법률적으로 담보도 보증 가운데 하나"라며 "부실전이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