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훈남’의 원조는 단연 축구 선수 박지성이다."
이길재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새어휘부 부장이 국립국어원이 발간하는 '쉼표, 마침표.'에 "훈남의 원조는 축구선수 박지성"이라고 발표했다.
당시에는 원빈이 대표적인 '꽃미남'으로 떠오른 때였다. ‘꽃미남’의 절대적 가치가 ‘외모’에 있었다면, ‘훈남’의 절대적 가치는 '내면'에 있다는 뜻이다.
2006년부터 처음 등장한 훈남은 훈녀까지 탄생케 했다. 당시 신문들은 "'꽃미남 시들 훈남 뜬다', 시골 소녀처럼 해맑은 미소에 천방지축 귀여운 '훈녀'들이 인기다"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흐뭇하고 따뜻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남자는 ‘훈남’, 여자는 ‘훈녀’다. ‘훈남’은 ‘훈훈한 남자’, ‘훈녀’는 ‘훈훈한 여자’의 첫 글자를 따 만든 준말이다.
이 같은 유행성 신조어들은 일시적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 주다가 금세 사라지는 것이 운명이다. 하지만 ‘훈남, 훈녀’는 2010년 이후 문학 작품 속에도 등장하며 생명력을 보였다.
이러한 조어 방식으로 만들어진 말들은 ‘훈남, 훈녀’뿐만이 아니다.
‘강추'-강력 추천,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까도녀'-까칠한 도시 여자, '깜놀'-깜짝 놀람,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 '따도남'-따뜻한 도시 남자, '따도녀'-따뜻한 도시 여자, '먹튀'-먹고 튀다, '명퇴'-명예 퇴직, '얼짱'-얼굴 짱,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 '완소녀'-완전 소중한 여자, '쩍벌남'-다리를 쩍 벌리고 앉은 남자,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등 숱한 말들이 만들어졌다.
유행성 신조어들이 사전에 등재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시의성'과 조어방식을 등에 업고 사전에 이름을 올린 말도 있다.
‘명퇴’와 ‘명퇴하다’는 이미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 ‘먹튀, 먹튀하다, 얼짱, 훈남’은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 실려 있다.
이길재 부장은 "그렇다고 순 고유어로 이뤄졌어도 ‘듣보잡’이나 ‘옥떨메’, ‘깜놀, 완소남, 완소녀, 차도남’ 등은 국어의 일반적 조어 방식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사전에 실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 ‘명퇴’와 조건이 비슷한 ‘강추’가 앞으로 사전에 실릴지, 이미 사전에 실려 있는 ‘먹튀’나 ‘얼짱’이 계속 살아남을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