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구조조정의 마술사'.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1997년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김승연(사진) 한화그룹 회장의 별칭이다.
이번 사업개편의 중심에는 태양광 등 그룹 차원의 굵직한 주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화케미칼이 있다.
지난 17일 한화케미칼은 자회사 '한화L&C'의 건재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다. 건재 사업의 지분 매각을 통해 개선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소재사업 부문에 선제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서다.
한화L&C 관계자는 "건재는 독립경영으로 건재 전문회사가 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서로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려 매각 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화L&C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 사이 현장 실사 이후 본 협상이 계획하고 있으며, 오는 7월 전후로 모든 매각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예상 매각 금액은 약 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2012년부터 소재와 건재 사업부문을 분리 운영 중인 한화L&C는 향후 자동차 경량화 복합소재, 전자소재, 태양광 소재 등 경쟁력 있는 미래 핵심 사업인 소재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글로벌 첨단소재 기술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한화케미칼은 제약 자회사인 '드림파마'를 매각하기로 하고,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한화케미칼이 지분 100%를 보유한 드림파마는 지난 1996년 한화의 의약사업부로 출발해 처방의약품을 주력으로 건강기능식품 및 화장품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드림파마는 지난 2009년 매출이 1730억원에서 2012년 매출 855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4억원, 당기순이익은 -8억여원을 기록했다.
두 자회사를 매각한 자금은 그룹의 주력 사업인 화학·소재 부문을 강화하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최근 한화케미칼은 글로벌 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의 기초화학 사업부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인수 자문사로 유럽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를 선정했다.
다우케미칼은 2012년 기준 글로벌 화학기업 4위에 오른 미국계 기업으로 지난해 말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차원에서 기초화학부문의 매각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한화케미칼의 발 빠른 사업 매각과 인수전 참여 등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그룹 차원의 사업을 재조정하기 위한 김 회장의 결단으로 해석된다.
한화케미칼은 2010년 한화솔라원, 2012년 한화큐셀을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진출했으나, 시황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연결 부채비율이 187.3%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화케미칼의 재무건전성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아울러 화학·소재 사업을 집중 육성해 태양광 부문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조치로 풀이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의 과감한 사업개편은 그룹의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는 한편 신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김 회장의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