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한은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았지만, 지난 2012년 한국은행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총재 지명자는 청문회를 거치게 됐다.
차기 총재로 내정된 이주열(62) 전 한은 부총재는 35년간 한은에서 몸담은 내부 인사로, 통화정책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재산이나 병역 등 신상에 있어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다만 향후 4년간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 방향과 총재의 경기인식 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청문회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날 청문회는 가계부채 해법, 현재 국내 경기에 대한 인식, 세계경제 전망 등 통화정책 및 경기판단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의가 주를 이뤘다.
아울러 물가 및 금융안정을 목표로 하는 한은으로서 역할 강화와 독립성 유지 방안 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 후보자는 물가와 성장의 균형을 중시하는 한편, 금리 결정에 있어서 다양한 사안을 고려한다고 답변해 다소 애매모호한 성향을 드러냈다. 시장은 이 후보자의 성향을 두고 '매파(통화긴축 지지)'로 분류하는 쪽과 '비둘기파(통화 완화 지지)'라고 보는 쪽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금리 조정 타이밍이 늦어 가계부채를 늘렸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이전 금리 인하 당시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은이 내놓는 경제전망치가 실제 수치와 차이가 많아 경제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도 잇따라 나왔다. 이 후보자는 "경제전망의 오차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신상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었다. 이 후보자는 공군 병장으로 3년 만기제대했지만, 아들은 부상으로 군대를 면제받았다. 재산은 서울 동작구 소재 아파트 1채와 강남구 보금자리주택지구 아파트 분양권, 자녀 급여 등을 합해 지난해 말 기준 17억9024억원이었다.
청문회가 끝난 후 기재위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곧바로 상정, 만장일치로 가결해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 후보자는 4월 1일부터 한은 총재로 공식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임기는 2018년 3월말까지 4년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