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과세 논란 분양시장에도 찬물, 청약 1·2순위 전멸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임대 과세 논란이 매매시장에 찬물을 끼얹은데 이어 분양시장까지 후폭풍이 불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대 과세가 사실상 임대인에 대한 규제로 작용하면서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수도권에서는 미래가치가 확실한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청약통장을 써야하는 청약접수 1·2순위 내 마감 단지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 같은 임대 과세 논란은 6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 처리 여부가 가려져야만 일단락될 것으로 보여 최대 성수기를 맞은 분양시장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18일 금융결제원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현재 전국에서 청약 접수를 받은 아파트는 9개 단지 중 1순위 마감에 성공한 곳은 대구 지역 2개 단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청약 접수를 받은 대구 ‘북죽곡 엠코타운 더 솔레뉴’는 908가구 모집에 1만여명이 신청해 평균 12.71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13일에는 ‘율하역 엘크루’(290가구)가 평균 6.81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대구의 경우 최근 몇년간 주택 공급 부족으로 신규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 지난 1월과 2월에도 '월성 협성 휴포레'와 '범어 화산 샬레' 아파트가 1순위 마감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대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단지는 3순위 마감하거나 아예 미달됐다.

창원시에서 청약을 진행한 ‘마산 신화하니엘 더 마린’은 269가구에 대한 1·2순위 청약접수에서 단 3명만 접수했다. 602가구를 모집한 ‘충주 지웰’은 3순위 마감에 성공했지만 1·2순위 접수자는 15명에 그쳤다.

수도권은 삼성물산이 인천에 공급한 '래미안 부평'이 청약 미달됐다. 122가구 모집에 39명만 1·2순위에 참여했다. 3순위 마감한 동탄2신도시 '동탄2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도 실수요 선호도가 높은 전용 59㎡가 1·2순위에서 일부 가구가 미달되기도 했다.

서울·수도권은 지난달 평균 12.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위례신도시 ‘엠코타운 센트로엘’을 제외하면 1·2순위 청약 마감 단지가 전무하다.

이 같은 청약 1·2순위 경쟁률 저조 현상은 실수요자들의 청약 전략이 극도로 신중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올 초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분양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수도권은 위례신도시 정도가 아니면 1·2순위 청약 마감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얼어붙으면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그동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 등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 완화에 앞장서왔다. 하지만 최근 2·26 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에 담긴 임대 과세 방침으로 다주택자에게 소득 노출 및 과세 부담이라는 ‘족쇄’를 다시 채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로 월세 수익을 올리는 오피스텔도 직격탄을 맞으면서 분양시장 침체가 예상된다. 오피스텔은 과잉공급에 따른 수익률 하락 등으로 마곡지구 등을 제외하고는 시기와 물량을 조정하면서 숨을 고르는 분위기다. 최근 분양하는 오피스텔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청약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추세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오피스텔은 대부분 임대를 통한 수익률이 가장 중요한데 세금부담을 지게 되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국회가 열리는 6월까지는 매매시장과 함께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