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세계적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 교수는 ‘3차 산업혁명’에서 “가까운 미래에는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고 스마트그리드로 공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경제’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로 현대사회에서 전력소비는 경제활동 측정의 바로미터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가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대표되는 ‘제4의 물결’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스마트그리드가 구축되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 유도, 불필요한 발전소 건설 및 가동의 최소화, 고장요인 사전감지 등을 통해 블랙아웃과 같은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전 세계가 ‘스마트그리드’라는 황금어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머지않아 전 세계의 각축장이 될 스마트그리드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입성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나라 ‘중국’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중국은 처음으로 부동의 1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그리드 투자대국으로 급성장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스마트그리드 산업 투자액은 전세계 투자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63억4700만 위안(약 4조6000억원)으로 33% 감소한 북미지역(약 3조8600억원)의 기록을 넘어섰다. 또 중국이 계획한 스마트그리드 32개 프로젝트 311개 항목 중 29개 프로젝트 298개 항목을 작년까지 이미 완성한 상태다.
투자액의 대부분은 범국가적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위한 6200만개의 스마트미터기 설치에 쓰였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 전체 가정이 보유한 수량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총 2억5000만개에 이르는 스마트그리드 망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까지 새로 설립된 110킬로볼트(kV) 이상의 스마트변전소도 843개에 이른다.
올해에도 중국은 작년 투자액의 세 배에 달하는 750억 위안(약 13조800억원)을 스마트그리드 건설 사업에 투자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100개 변전소 지능화 사업, 스마트미터기 6000만대 설치, 연내 전동차 전기충전소 167개 설치 등도 계획 중이다.
특히, 초고압전력(UHV)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위해 올해부터 향후 5년 동안 6200억 위안(약 108조1100억원)을 투자해 UHV 라인을 20개 매설함으로써 서남부 지역의 수력발전 전력 및 서북 지역의 풍력발전 전력을 동부 지역으로 송전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중국 내 전력망 관리를 전담하고 있는 국영 전력회사인 국가전망공사(國家電網ㆍSGCC)는 2009년 3단계 ‘스마트그리드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총 4조 위안을 투자해 발전, 송전, 변전, 배전, 전력사용, 전력 제어 등에 정보화, 디지털화, 자동화, 양방향화 등의 지능화를 적용한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1단계(2009~2010년)는 시범사업실시 단계로 5500억 위안을, 2단계(2011~2015년)는 전면건설단계로 2조 위안을, 3단계(2016~2020년)는 업그레이드 단계로 1조7000억 위안을 투자한다는 계획으로 이 3단계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향후 10년인 2025년은 중국 스마트그리드 건설·발전의 황금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 조사기관인 지프라임 리서치&컨설팅은 중국 스마트그리드 장비 및 기술 시장 규모가 2010년 1051억 위안(약 18조3300억원), 2011년 1371억 위안(약 24조원), 2012년 1850억 위안(약 32조3000억원), 2013년 2410억 위안(약 42조110억원), 2014년 3050억 위안(약 53조원), 2015년 3770억 위안(약 66조원)으로 꾸준히 성장해 연평균 성장률 29.1%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 사두면 돈 되는 중국 스마트 그리드 테마株
스마트그리드 산업은 송전, 배전 등 전력시스템의 모든 분야를 비롯해 IT, 신에너지산업 등과도 연계된 거대한 잠재시장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미터기로 대표되는 지능형원격검침인프라(AMI)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스템·초고압전력(UHV), 전기자동차(EV) 등 관련분야 산업도 투자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증권일보(證券日報) 시장연구센터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상하이(上海)와 선전(深圳)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스마트그리드 테마주는 총 84개로, 2월 마지막 주 기준 32개 주(전체의 38.10%)를 제외한 나머지 주는 모두 강세를 보였다. 그 중 궈뎬난루이(國電南瑞·15.82%), 하이더콩즈(海得控制·15.74%), 중궈시뎬(中國西電·10.88%), 화이전기(華儀電氣·10.44%) 등의 주가 상승폭은 10%를 넘어섰다.
화타이증권(華泰證券)은 스마트그리드 관련 상장사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이들 기업 외에도 쉬지전기(許繼電氣), 스팡(四方)주식유한공사, 스위안전기(思源電氣), 베이징커루이(北京科銳), 위안둥케이블(遠東電纜), 지청전기(積成電子), 핑가오전기(平高電氣) 등을 주목해야 할 관련 우량주로 꼽았다.
◆ UHV 설비제조기업 ‘핑가오전기’
올해 국가전망공사의 UHV 전력망 투자 확대 계획이 발표된 가운데 이 과정에서 UHV 설비제조업의 요추라 할 수 있는 핑가오전기, 스위안전기 등 관련 상장사들의 수익성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2001년 상하이에서 상장 데뷔전을 치른 핑가오전기는 중국 3대 고압개폐기 제조기업 중 하나로 주로 72.5∼1100kV의 가스절연개폐장치와 고압단로기, 고압접지스위치 등 고압·초고압·특고압 개폐기 3개 라인, 15개 계열의 90여종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수익은 38억2000만 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16.26% 성장했고, 순이익은 3억9900만 위안으로 194.36%나 늘었다. 이처럼 놀라운 수익률 증가를 달성한 것은 지난해 UHV설비 생산 점유율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얼마 전 2억 위안에 국가전망공사 UHV 공정을 입찰 받기도 했다.
◆ 배전망자동화 설비로 두각 ‘쉬지전기’
국가전력시스템자동화, 전력시스템 보호계전기 및 제어산업의 선두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쉬지전기는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성장과 함께 배전망 설비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쉬지전기는 윈난 (雲南)~광둥(廣東) 및 샹자(向家)댐~상하이(上海) ±800kv 특고압직류 송전공정을 비롯해, 우한∼광저우 여객전용선 연장사업 등 수 백 개의 국가 중요 프로젝트에 참여한 실력있는 기업이다.
2012년 영업수익 66억1200만위안을 달성, 전년동기대비 각각 51.57% 성장했고, 같은기간 순이익은 3억3200만 위안으로 전년대비 112.15%나 증가했다. 2013년에는 영업수익 23억3500만 위안, 순이익 4억9800만~5억6400만 위안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50%~70% 늘었다.
최근 몇년 새 쉬지전기는 배전망 영역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쉬지전기는 내년 배전망자동화 사업에만 400억 위안을 투자할 예정이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향후 5년간 배전망 건설 투자액은 총 62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배전망자동화에서만 50억 위안, 직류송전산업에서 30억 이상의 수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 스마트미터기 생산 선두기업 ‘웨이성그룹’
웨이성(威勝)그룹은 2005년 12월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첫 번째 에너지 계량 및 에너지효율관리전문기업으로서 작년까지 스마트미터 생산 기업의 선두자리를 꾸준히 지켜왔다.
주로 스마트전력·수도·가스계량기, 초음파열량계 등 전 계열의 선진 계량기를 연구·생산하고 있는 웨이성 그룹은 중국 정부에서 부여하는 중국 츠밍(馳名) 상표를 국내에서 첫 번째로 획득해 기술력과 생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특히, 작년 11월경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현장방문을 하면서 정부에서 인정한 유망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수익은 11억4800만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4% 상승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1억6700만 위안으로 31% 늘었다. 웨이성그룹은 지난해 약 7319만 위안에 달하는 33만3000대 가량의 스마트미터기 판매계약을 체결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