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별로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아 무료로 제공하는 기업분석보고서를 유지할 수밖에 없더라도 유료 콘텐츠 개발을 비롯한 차별화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가운데 투자자에게 유료로 자료를 제공하는 업체는 현재 1곳도 없다.
이처럼 증권사 보고서는 공짜라는 인식은 더욱 굳어지는 모습이다.
예전만 해도 증권사 보고서는 온라인으로 가입한 고객에 한해서만 무료로 제공됐다. 반면 최근 수년새 증권사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현재는 이같은 최소 조건마저도 없어진 상태다. 심지어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포털에서도 보고서 원문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그러나 이를 포털에서도 제약 없이 볼 수 있게 된 것은 비상식적인 무료 경쟁 탓"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외국계 증권사는 리서치 자료를 국내보다 엄격하게 관리한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BNP파리바증권, CIMB증권, 노무라금융투자를 비롯한 외국계사는 리서치 자료를 법인고객에 한해서만 배포하고 있다. 외국계사는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을 하더라도 원문 가운데 일부만 볼 수 있도록 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리서치 자료 가운데 원문 일부만 요약해 보내더라도 본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가 기존 관행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A증권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리서치 자료를 보기 위해 적은 돈이지만 대가를 치른다"며 "국내 역시 이런 추세로 가야 하지만 소수 회사가 나서 다른 길을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 리서치 자료가 차별화 없이 천편일률적인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자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를 비롯한 일부 업체는 현재 투자 관련 자료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일반 고객이 분석 보고서를 보기 위해서는 한 달에 약 30만원을 내야 한다.
에프앤가이드 관계자는 "우리는 증권사와 같은 기업분석 자료는 내지 않는다"며 "펀드 정보에 집중했다는 전문성 때문에 유료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임규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사 리서치 자료를 유료화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질부터 높여야 한다"며 "고객 자산을 늘리는 데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목표가 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