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DDP 설계한 자하 하디드 "규모가 너무 과하다고요?..스케일은 건축가의 특권"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이라크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11일 내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기자=“무엇을 기준으로 과하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스케일은 건축가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오는 21일 개관을 앞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64·사진)가 'DDP의 규모가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오히려 되받아쳤다.

11일 내한, 기자들과 만난 하디드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그는 “지형과 조화를 이루려고 일부러 곡선을 많이 사용했다”면서 “만약 곡선 대신 직선을 이용해 박스 형태로 건축물을 지었다면 지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더 거대해보였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DDP는 옛 동대문운동장 부지 2만6000평에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의 비정형 건축물로, 우주선이 내려앉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5년간 4840억원을 들여 완공했다

이라크 바그다드 출신인 자하 하디드는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세계적인 건축가다.

DDP는‘세계 최대 3차원 비정형 건축물’설계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찬사와 비판이 동시에 쏟아진다. 4800여억원의 막대한 건축 비용과, 다소 난해한 디자인이라는 논란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한편에서는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데다 장소의 역사성을 무시한 흉물이라고도 한다.

"사실 어떤 건축물과 지형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이번에는 지역의 특성과 역사성, 건축물의 조화를 고민하다 보니 굉장히 독창적인 결과물이 나왔다“

하디드는 이런 논란을 의식한듯 '독창적'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그는 “금속과 콘크르티 잔디로 이뤄진 DDP는 기술적인 도전이었고, 그 도전이 성공을 거뒀다”며 “지붕이 잔디로 덮여 있는 건축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새로운 지형을 인공적으로 창조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DDP는 우주선같은 독특한 외형만큼이나 내부도 특이하다. 전시장 자체도 박스형태가 아니라 지형과 녹아있다. 내부는 기둥이 없는 대신 물 흐르듯 이어지는 유려한 곡선으로 이뤄졌다. 층간 구분도 모호한 열린 디자인으로 경계 없는 공간이자 장소와 맥락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혁신적인 풍경을 실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건축을 하면서 끊임없는 전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건축이라는 직업자체가 힘들다"는 하디드는 "물론, 여성이기 때문에 더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유는 설명하기가 힘들지만 더 많은 장애물에 부딪히는 것 같다. 하지만 30년동안 건축가로서 활동하다보니 여성이기 때문에 불리한 것은 많이 없어졌다. 편견과 차별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여성건축가에 대한 시선을 분산시켰다.

 자하 하디드는 "최근 서울을 비롯한 세계 여러 도시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데 앞으로 어바니즘을 어떻게 구현하는지가 서울이 집중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바니즘'(urbanism)에 대해 "새 건물을 짓는데만 열중하는 게 아니라 도시의 변화하는 특성을 살리고 그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설계에 반영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21일부터 문을 여는 DDP 개관전은 화려하다.  자하 하디드의 작품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마련됐다. 오는 26일까지 하디드가 디자인한 가구와 신발, 보석 등 40여 점을 소개한다. 
 
 또한 서울디자인문화재단이  '디자인이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를 화두로 기획한 5개의 특별전시가 열린다. 훈민정음 해례본등 59점의 국보급 문화재를 전시하는 '간송문화'전을 펼치고 ‘F1 레이싱카’를 비롯해 ‘이상화 아트북’, ‘박태환 3D 애니메이션’, ‘박찬호 글러브’ 등을 볼수 있는 '스포츠 디자인'전 등도 열린다. [ph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