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꾸준히 오르던 경기도 판교신도시 아파트 전세가격이 지난해 말 이후 한달에 1000만원 꼴로 무섭게 치솟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상승세가 분당 등 주변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세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전세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판교신도시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신분당선 판교역이 가까운 봇들마을 7·8단지의 경우 중대형 위주로 구성됐음에도 나와 있는 전세 매물이 많지 않다.
현재 봇들마을 8단지 전용 84㎡형은 지난해 말 5억5000만원에서 최고 3000만원 가량 오른 5억8000만원 선에 전세 시세를 형성했다. 봇들마을 7단지 전용 84.5㎡형은 5억원 초반대로 2년여 전인 2012년 1월 3억원 후반대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1억원 이상 올랐다.
7단지 인근 M공인 직원은 "층과 향이 좋은 매물은 5억5000만원까지 나온 것도 있다"며 "대부분 전세 재계약을 얼마 앞두고 다른 세입자를 알아보기 위해 나온 매물로 당장 입주 가능한 곳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백현마을 1단지 푸르지오그랑블 전용 98.99㎡도 지난해 말보다 2000만원 가량 오른 6억7000만원 선에 전세매물이 나와있다. 이 지역 K공인 대표는 "판교 테크노밸리와는 멀고 중대형인데도 판교역세권인데다 보평초·중·고교 등 학군이 밀집해 자녀를 둔 세입자가 선호한다"고 말했다.
판교역과는 거리가 있지만 판교 테크노밸리와 가까운 봇들마을 1단지 풍성신미주 전용 82㎡형 최근 전세 시세는 4억3000만~4억5000만원 선이다. 2단지 이지더원 전용 84㎡형도 비슷한 가격대다.
삼평동 내 공인중개사는 "버스 정류장이 가까운 곳의 전세매물은 곧바로 나가고 있다"며 "최근 2년간 1억원 가까이 오른 금액이지만 테크노밸리 입주자가 늘다보니 더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판교 전셋값 상승세는 판교 테크노밸리에 기업이 속속 입주하고, 신분당선 판교역을 통한 서울 접근성도 우수해 인구 유입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판교 전셋값 급등 현상은 인접한 분당 지역 아파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판교 내 한 공인중개사는 "분당 아파트는 중소형도 많고 판교 아파트보다 오래됐기 때문에 전세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며 "어차피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싼 분당에서 거주하려는 세입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봇들마을 1·2단지와 길 건너 위치한 분당 아름마을의 경우 두산삼호 전용 59㎡형이 2억5000만~2억7000만원, 전용 101㎡형이 3억7000만~4억원대다. 이매촌 청구 전용 59㎡형은 2억8000만원대로 모두 올 들어 2000만~3000만원 뛰었다.
판교와 거리가 있는 정자동 전셋값도 올랐다. 정자동 정든동아 전용 49㎡형이 2억2000만원, 84㎡형 3억3000만원 선으로 전년말 대비 2000만원 정도 상향 조정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셋값 상승세에 따른 부담과 매매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려 세입자들의 매매전환도 발생하고 있다.
정자동 신금 공인 대표는 "최근에는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전세 매물이 조금 여유 있는 편이고, 오히려 매매 거래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리모델링 호재도 있고, 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는 수요자들이 저가 매물 위주로 매매거래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