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4/4분기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021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7조5000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가계신용은 한은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가계부채 통계다. 국내 금융회사 및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과, 신용카드나 할부금융사 등에 의한 외상구매인 판매신용을 합한 것이다.
10여 년 전인 2002년만 해도 가계신용 잔액은 465조원 수준이었으나 2005년 543조원, 2006년 607조원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724조원으로 증가한 이후 2010년 843조원, 2011년 916조원으로 꾸준히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왔다.
지난해 증가폭도 전년(47조6000억원)보다 커졌다. 전년대비 증가율은 6.0%다.
구성별로 살펴보면 우선 가계대출이 963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7조1000억원 증가했다. 판매신용은 58조3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000억원 늘어났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중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무려 8조4000억원 증가한 481조1000억원이었다. 이재기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지난해 말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 종료를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6조7000억원 증가한 32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조원 늘었던 전 분기에 비해 증가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이다.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우체국 예금 등을 포함하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가 각각 3조6000억원, 2조1000억원 늘어나면서 전 분기보다 6조7000억원 증가했다.
보험과 연금, 국민주택기금, 증권사, 카드사의 현금서비스ㆍ카드론 등을 합한 기타금융기관의 대출은 공적금융기관의 생애최초주택대출 등으로 4분기에 9조원 증가했다. 잔액은 275조8000억원이었다.
4분기 중 판매신용은 계절적 요인 등으로 3조7000억원 증가한 58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이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를 현행보다 5%포인트 인하된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계빚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임을 감안하면, 주택시장 정상화와 이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실수요자 중에서도 갚을 능력 한도 내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신용을 통해 집을 사라고 권장하는 상황에서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를 낮춘다는 것은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