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배우려는 초보자에게 선배가 가르쳐주는 첫 레슨이, 한국에서는 볼을 치는 테크닉이고, 서양에서는 골프에 임하는 에티켓이라고 한다. 실제로 골프룰북에는 룰보다는 에티켓이 먼저 적혀 있다. 어쩌면 그런 연유에서 서양에서는 에티켓을 먼저 가르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몇해전 골프를 치다가 겪은 일이다. 파3홀에서 4명 모두 스리퍼트를 하게 되었다. 그러니 시간이 좀 걸렸을 것이다. 마지막 골퍼가 퍼트를 하려고 어드레스하는데, 뒤에서 ‘OK’라고 외치는 것이 들렸다. 돌아보니 초등학생 아이가 아빠와 함께 티잉 그라운드에 서있었다. 우리 보고 ‘빨리 OK하고 꺼져라’는 뜻이었다. 아이는 우리에게 소리치고, 아빠는 아이가 장하다는 듯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참으로 배워먹지 못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서글프지만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골프룰북에 소개된 에티켓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에 신경쓰는 것이다. 앞에 사람이 있을 때는 볼을 쳐서는 안되고,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볼치는 사람 앞쪽에는 서있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골퍼들 대부분이 잘 모르고 있는 에티켓 중 하나가 연습스윙할 때도 사람있는 방향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라운드 전 연습스윙, 티잉 그라운드에서의 연습스윙에서 잘못해서 바닥을 쳐서 돌이라도 튀면 그 앞에 있는 동반자가 어떻게 되겠는가?
어드레스에 들어간 상대방을 방해하는 행동이나 소리를 내지 말라. 이건 특히 앞조의 티샷을 보면서 기다리는 뒷조의 골퍼들이 신경써야 할 에티켓이다. 역지사지해 보면 쉽게 이해될 내용이다.
퍼팅그린에서는 퍼팅라인 앞뒤에 서 있지 말라. 그리고 퍼팅라인에 그림자를 드리우지 말라. 이 모두가 퍼트하는 골퍼에게 방해되는 행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더 심한 방해가 당연하다는듯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홀 근처에 있는 볼을 치우지 않는 행동이다. 캐디가 이런 실수를 할 때가 많은데, 여러가지 일을 분주히 하는데다 자신의 일을 빨리 해 치우려다 보니 멀리서 퍼팅 어드레스하고 있는데도 홀 근처에 볼을 놓곤한다. 이 때는 골퍼 자신이 가만히 있지 말고 스스로 알아서 마크하고 볼을 치워줘야 한다.
슬로 플레이는 사실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캐디가 알아서 조절을 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쫓기는 골프를 하지 않으려면 골퍼 스스로가 미리미리 준비하고 움직이는 노하우를 터득해야 한다.
코스관리에 신경써라. 디봇은 떨어져 나간 잔디뗏장을 일컫고 그 자국으로 남은 것은 디봇자국이라고 한다. 양잔디에서는 디봇자국을 디봇으로 메워주는 것이 예의다. 그런데 우리나라 골프장에서는 골퍼들이 이런 예절을 대부분 지키기 않기 때문에, 별도의 관리인이 이 작업을 한다. 이와 비슷한 것이 벙커의 발자국인데, 이것은 골프장에서 별도로 관리인을 두어 발자국을 지워주지 않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골퍼 자신에게 돌아가니 조금만 신경써서 벙커 발자국을 지우자.
지난주말 라운드를 해보니 골프장에 쌓였던 눈은 다 녹은 듯했다. 눈에 박힌 볼을 들어내면서 미안한듯 드롭하는 골퍼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눈은 골프룰에 의해서 루스 임페디먼트나 캐주얼 워터로 취급된다. 그래서 손으로 쓸어버리거나 눈없는 곳으로 드롭해서 칠 수 있다. 룰에 보장된 것이니 당당하게 드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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