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또 낙하산 CEO 줄잇나…정부 공기업 개혁 '말 뿐'

2014-02-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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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진웅섭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금융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늦어지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는 관료출신 인사들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 '낙하산 방지대책'을 추진한다는 정부의 주장도 말뿐이라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수출입은행과 주택금융공사, 정책금융공사, 코스콤은 CEO 자리가 공석이다.

지난 10월 정금공의 진영욱 사장을 비롯해 올해 들어 서종대 주금공 사장과 김용환 수은 행장이 차례로 물러났다. 코스콤의 우주하 사장은 사의를 밝힌 지 6개월만인 지난해 11월에야 자리를 떠났다.

공공기관인 아닌 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8월 문재우 회장의 퇴임 후 여섯달이 지나도록 회장직이 공석이다.

CEO가 공석이면 업무 수행에 있어서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인사가 지연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동양사태, 고객정보 유출 등 금융권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인사를 뒷전에 둔 탓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어려워 선임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증명하듯 정금공의 차기 사장에는 진웅섭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금공의 경우 정부의 정책금융 개편안에 따라 산업은행과의 통합 여부가 달려있어 CEO 선임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었다. 금융당국이 진 원장을 선임한 것도 향후 통합을 위한 원활한 소통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그러나 진 원장은 정책금융 업무와는 거리가 멀다. 행정고시 28회 출신으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대변인과 자본시장국장,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손보협회 회장으로는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손보협회는 공공기관이 아닌데도 기관장 선임을 미뤄왔다. 손보협회 노조는 이를 두고 경영진과 이사회가 청와대와 금융위의 눈치만 본다며 비판한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기획예산담당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재산소비세제국장을 거쳐 한나라당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경력이 있다. 역시 보험업무와는 관련이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수은과 주금공, 코스콤 CEO 자리도 끝내는 모피아들의 논공행상(論功行賞) 잔치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이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낙하산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상반기 중 공공기관 임원자격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 관련 업무경력이 없으면 출사표를 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낙하산 인사들이 내부 반발을 무마하려다 방만경영을 불러왔다는 비판에서 출발한 대책이다.

대책을 발표한 당일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 이상권(59)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임명됐다. 역시 업무 경력과는 동떨어진 인사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임원 자격에 대한 기준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제도의 유효성은 누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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