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이산가족들은 치매 등 노환으로 가족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영실(88) 할머니는 딸 동명숙(67) 씨와 동생 정실(85·여)씨를 만났지만 치매를 앓고 있어 딸과 동생을 모두 알아보지 못했다.
이 할머니는 전쟁통에 두 딸을 시부모에게 맡기고 남편과 잠시 남한으로 피난왔다가 휴전이 되는 바람에 예기치 않은 생이별을 하고 말았다. 두 딸 중 맏이는 현재 행방불명 상태다.
명숙 씨는 이 할머니가 자신과 이모를 알아보지 못하자 "엄마, 이모야, 이모, 엄마 동생"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이 할머니의 계속 손을 잡고 귀엣말을 하며 어머니 곁을 떠나지 못했다. 정실 씨도 탄식과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이 할머니와 동행한 딸 동성숙씨는 어머니를 대신해 이모와 혈육의 정을 나눴다. 성숙씨는 "엄마가 오실 수 있을지 몰랐는데 엄마가 꼭 나와야 한다고 해서 왔다"며 흐릿한 정신에도 북녘 가족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이 할머니의 마음을 전했다.
이 할머니는 평생을 북한에 두고온 딸들 생각에 명절 때면 몰래 숨어 울곤 했고, 이 할머니의 남편은 내내 애통해하다 4년 전 세상을 떴다.
이번 1차 상봉에서는 이들을 포함해 모두 11명이 북한에 있는 자녀와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