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과 KDB생명은 보험 계약자에게 해피콜을 하는 과정에서 스크립트 표준안을 준수하지 않았다.
해피콜은 보험 청약 후 보험사가 통신수단을 통해 계약자에게 계약의 진정성 및 중요 내용 등을 재확인하는 완전판매 모니터링 제도다.
계약자는 청약 당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거나, 청약 내용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고 판단될 경우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의 협의를 거쳐 해피콜 스크립트 표준안이 마련된 이후 각 보험사는 이를 반영한 자체 스크립트를 제작해 해피콜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생명과 KDB생명은 법인대리점(GA)채널의 상품 판매 실적을 높이기 위해 스크립트 표준안 중 고객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업비 부분을 임의로 축소 또는 변형했다.
연금보험의 경우 해피콜 시 표준안에 따라 “고객님께서 납입하신 보험료 중에서 ‘위험보험료, 계약유지비용(사업비), 특약보험료’가 차감된 금액이 공시이율로 부리된다는 사실을 설명 받으셨습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필수 안내사항 설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작성된 농협생명 스크립트에는 “고객님께서 보장에 혜택을 받으시고 ‘계약의 유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있으므로 중도 해지 시에는 돌려받으실 금액이 납입한 보험료 보다 적어질 수도 있습니다”라고만 기재돼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계약의 유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고객의 거부감이 줄고, 인지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10월 KDB생명 스크립트 중 필수 확인사항에는 ‘고객님께서 가입하신 A연금보험은 노후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연금보험으로 목돈 마련을 위하여 가입하는 단기 저축성상품과는 다르다는 점에 대해 설명 받으셨습니까. 고객님께서 가입하신 A연금보험에 대해 연금을 지급받으시는 시기와 수령 방법을 알고 계십니까’라고 적혀 있어 사업비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이 관계자는 “스크립트 내용을 축소하거나 변형해 안내하면 고객의 거부감이 줄어 계약 승낙률이 높아진다”며 “해당 보험사에 대한 GA의 선호도도 높아져 실적이 단기간 급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협생명은 이 같은 방식으로 최근 1년간 GA채널 상품 판매 실적을 6배 이상 끌어올렸다.
지난해 1월 4억원에 불과했던 농협생명의 GA채널 월납 초회보험료는 3월 5억원, 6월 7억원, 9월 13억원, 12월 25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KDB생명은 지난해 농협생명에 밀려 실적이 주춤하긴 했지만, 스크립트가 표준화된 2012년부터 문제의 스크립트를 사용해 재미를 봤다.
KDB생명의 2012년 GA채널 월납 초회보험료는 1월 19억원에서 12월 30억원으로 60% 가까이 늘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농협생명이 변형 스크립트를 활용한 해피콜을 강화하면서 KDB생명의 실적은 다소 줄고, 농협생명의 실적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두 생보사로 인해 표준안을 준수하는 일부 경쟁사의 GA채널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