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발전협의회는 지난 18일 5차회의 결과 △원격의료는 충분한 시범사업 기간을 두고 추진하고 △투자활성화 대책은 영리 자법인 허용 범위를 일부 축소하고 △건강보험의 낮은 수가 문제는 전향적으로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ㆍ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ㆍ노동건강연대ㆍ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ㆍ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로 구성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과 건강세상네트워크ㆍ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ㆍ대한약사회 등 보건의료단체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의협은 국민입장에서 의료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결과라고 하지만 협의 내용은 의료민영화를 우려하는 국민 입장과는 동떨어져 있고 그 내용도 형편없다고 주장했다.
◆ 국민 의료비 부담ㆍ안전 문제 외면
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단연)은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 등에 대해 의료발전협의회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보단연은 원격의료는 시민사회단체들이 강조해 온 바대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안전성과 비용효과성이 입증된 바 없으며 이번 의정협의회 협의결과에는 원격의료로 인한 국민의 추가부담 문제와 안전에 대한 대책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미 300억원이 넘는 예산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된 결과 원격의료의 효과가 없으며 돈만 많이 든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 또 다시 시범사업을 말하는 것은 근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개인 생체정보 수집을 허용하는 것으로, 국민 개개인의 질병정보가 기업과 인터넷 망을 통해 유출될 위험또한 높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질병정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당사자인 정부와 의협이 자신의 직업적 소명을 저버리고 기업편에서 원격의료를 시행하겠다고 협의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보단연은 의료법인 자본 유출 등 편법이 발생하지 않도록하면 투자활성화 대책을 수용하겠다고 합의한 것은 결국 병원 자회사 설립 허용을 동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의료민영화를 지지한 셈이라는 것이다.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들이 영리 자회사를 소유하게 되면 그것은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보단연은 병원들의 자회사들의 수익은 어떻게 해도 환자들에게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나면 어떤 방법으로도 실제 병원의 비영리법인이 지키고 있는 의료 공공성을 지켜낼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료비 폭등과 영리병원을 가로막는 길은 외부 투자자들에 이윤 배당을 하는 투자활성화 방침의 전면 철회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수가에 대해서는 의협과 복지부가 ‘담합’ 해서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보단연은 현재 보험료를 내고 있는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 배제될 수 밖에 없는 현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구조는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년 건정심에서 수가가 결정되고 이에 따라 보험료가 결정되지만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와 의협 등 의료공급자들과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이하 경총) 및 제약회사 등 기업주들의 입김에 따라 정부는 들러리를 서며 보험료 수가를 결정해 왔다고 밝혔다.
보단연은 이런 구조의 개혁은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로 개악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료를 내고 있는 당사자인 국민들의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기구로 개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도 정부와 의료계가 이미 짜놓고 담합한 것을 시민단체가 사후에 추인하는 정도로 ‘시민감시’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퇴행이라 할 것이라며 분개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측은 "정부ㆍ의료계의 이해와 정부의 보여주기식 행정편의의 담합으로 결론 나는 이 반칙구조부터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의료계도 결국 ‘의료민영화 반대’의 슬로건을 걸었지만 속내는 수가인상과 정책결정에 영향력확대가 목표였음을 솔직히 시인하라"고 촉구했다.
치의협ㆍ한의협ㆍ약사회도 정부는 대표성 없는 의협과의 협의체를 해체하고 새로운‘협의체’를 즉각 구성해 국민의 편에서 협의에 임하라고 성토했다.
◆ 의협 "정부의 책임있는 의지 회피"... 협의차 여전
의료발전협의회 결과에 대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의협은 이번 회의결과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면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의협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 허용 정책에 대한 정부와 의협의 입장의 차이는 협의과정에서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며 원격진료ㆍ투자활성화대책 등에 대한 의협의 강력한 반대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선입법 후 시범사업을 고수했고, 의협은 안전성에 대한 검증절차가 먼저 시행된 후 그 결과에 따라 입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강조했다고 의협은 강조했다. 정부와 의협이 공동으로 입법과 시범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에 대한 의협의반대 입장도 여전히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정상적인 건강보험제도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개선논의에 대한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는 적극적인 협상의지를 갖고 의료발전협의회에 참여한 의협 협상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논의해 나가기로 한다', '구체화하기로 한다', '개선하기로 한다', '추진해 나가기로 한다' 등 모호한 표현만을 사용해 정부의 책임있는 의지를 명시하는 것을 회피했다고 꼬집었다.
또 의협은 협의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모호한 표현을 삽입하고 이를 ‘공동기자회견’의 형식을 통해 발표함으로써 마치 의협이 정부의 원격진료 허용정책과 투자활성화대책 등 정부의 의료 영리화정책에 동의하는 것처럼 고의적으로 언론과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정부의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한편 병협은 복지부와 의협이 그간 진행한 의료발전협의회 협의결과에 대해 의료현안을 합리적이고 발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병협은 원격의료ㆍ투자활성화대책ㆍ의료제도 개선 등과 같은 현안들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가에도 못 미치는 현재의 의료수가가 현실화 돼야 한다며 제대로 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들의 건강증진과 의료기관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큰 틀에서 논의가 지속되기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