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맥증권 주문사고로 소모된 '공동기금' 징수 책임 공방 확산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금융당국이 한맥투자증권 주문사고에 직원이 아닌 대주주 측근이 개입한 정황을 새로 포착하면서 손해배상공동기금 징수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 정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애초 한국거래소가 공동기금으로 주문사고 관련 결제를 대신해준 것부터 문제 삼아야 하는 상황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거래소는 한맥투자증권 주문사고 발생 후 결제 불이행된 금액 중 403억원을 공동기금으로 대납하고 회사 측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공동기금 사용분에 대해선 증권사 등 58개 회원사가 다음달 30일까지 나누어 납입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시장 또는 파생상품시장에서 주문사고로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공동기금으로 대납하고 기금 사용분을 회원사들이 나누어 납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이를 근거로 증권시장 및 파생상품시장 공동기금을 각각 2000억원씩 쌓아둬 왔다.

이 기금 일부가 한맥투자증권 주문사고에 쓰이는 바람에 각 회원사들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공동기금을 거래소에 추가 납입하게 된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가 납입해야 하는 기금액 기준은 거래증거금에 따라 달라진다"며 "평균 잡아 계산하면 약 10억원씩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맥투자증권의 주문사고를 낸 사람이 회사 직원이 아닌 제3자라면 불법적 형태의 주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가 공동기금으로 결제 불이행금을 대납한 것 자체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얘기다.

A증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증권사 직원이 사내 프로그램을 통해 주문을 낼 때 프로그램에서 사번을 통해 접속한다"며 "직원도 아닌 사람이 사번을 부여받고 프로그램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B증권 관계자는 "거래소가 공동기금으로 한맥투자증권의 채무불이행금을 대납한 것은 과거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주문실수 등과 같이 직원에 의한 우연한 사고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고에 불법적인 소지가 있었다면 증권사 입장에선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측은 금융감독원의 한맥투자증권 주문사고에 대한 원인 분석이 나오지 않은 만큼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만약 직원이 아닌 사람이 주문거래를 했고, 불법적 방법이 동원돼 검찰 고발로 이어질 경우 공동기금 사용 부분에 대해 법무팀을 통해 법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며 "아직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결과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