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이상 기자 =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던 중대형(전용 85㎡ 초과) 아파트가 시장에서 조금씩 기운을 되찾고 있다.
부동산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는 각종 규제들이 완화되면서 그동안 외면받았던 중대형 아파트의 거래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상승폭은 크지 않지만 집값도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분양시장에서 완판 사례가 나오고, 미분양도 눈에 띄게 줄었다. 업계에서는 "중대형이 올해는 드디어 찬밥 신세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반포동에서 분양된 아크로리버 파크 112~178㎡형(이하 전용면적)은 청약에서 평균 15대 1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마감됐다.
앞서 11월 위례신도시에 공급된 송파 위례 힐스테이트(101~149㎡형)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5.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시장에서 완판 행렬이 이어지자 기존 중대형 아파트의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온나라부동산 자료를 보면 서울 지역의 중대형(86~135㎡) 아파트 거래 건수는 지난해 1월 787건에서 12월에는 1672건으로 대폭 늘었다. 수도권 지역도 지난해 1월 3927건에서 12월 4895건으로 증가했다.
미분양도 감소 추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3일 수도권 85㎡ 초과 미분양(지난해 12월 기준) 가구 수는 1만7171가구로, 지난해 2만377가구에서 3206가구가 줄었다고 밝혔다. 반면 60㎡ 이하, 60~85㎡의 중소형 아파트 미분양 가구 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가 증가하고 미분양이 줄다 보니 중대형의 몸값도 올라가고 있다.
부동산114 시세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중대형 아파트 시세는 전국이 0.01%로 소폭 올랐다. 서울 전체(-0.02%)는 하락했지만, 서초(0.16%)·송파(0.23%)·종로(0.03%)·도봉구(0.24%) 등 일부 지역은 중대형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대형이 모두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뛰어난 입지와 가격 경쟁력을 갖춰 희소성이 강한 중대형의 수요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이는 수요자들의 중소형 선호현상에 따라 건설사들이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공급을 줄이면서 희소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폐지, 취득세 영구 인하,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부동산 규제완화에 따른 부동산시장 상승 분위기도 중대형 거래 활성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아파트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과 저금리 정책 기조가 맞물리며 최근 중대형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중소형과의 가격 편차가 줄어들면서 더 큰 평형으로 옮기려는 실수요자들의 움직임도 중대형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