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배우 라미란의 재치있는 입담이 수요일 밤, 시청자들을 웃음에 빠뜨렸다. 때로는 솔직하게, 때로는 강력하게 한 방을 날리며 첫 예능프로그램 출연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순발력과 재치를 보였다.
5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연출 전성호 황지영)에는 '거지, 내시, 몸종, 그리고 변태' 특집으로 이병준, 라미란, 김기방, 최우식이 출연했다. 단연 돋보인 게스트는 라미란이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예능 사냥에 나섰다. 첫 예능 출연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폭소케 했고 '라디오스타' MC들도 그녀의 입담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날 라미란은 아슬아슬한 19금 입담으로 시작했다. "작품에 노출신이 많았다. 데뷔작 '친절한 금자씨'도 노출이 있었다"며 "목욕탕 장면에서 내 엉덩이에서부터 카메라가 줌아웃 됐다. 심지어 데뷔작의 첫 장면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극중 탈북여성으로 나오는 작품에서는 영하 22도 방산시장에서 영화를 찍었다. 당시 '공사'도 안 하고 찍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사'는 노출신 촬영에 앞서 민감한 신체 일부를 가리는 것을 뜻하는 영화계 은어다.
하지만 19금이라고 단순히 야하다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 시작과 끝을 아는 라미란은 "업계에서 인정받는 몸매인 것 같다"는 김구라의 말에 "자연스럽다. 내가 대한민국 표준 몸매라고 생각한다"며 "배도 좀 나오고 팔뚝도 좀 굵다"고 답해 솔직한 매력을 발산했다.
노안 얼굴에 대해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70대 노인 역할을 했다"며 "지금은 노처녀 역할도 하니 회춘했다. 환갑 때도 이 외모일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사람들이 내 이름이나 얼굴을 잘 모르더라. 같은 시기에 SBS 월화드라마 '패션왕'과 MBC 수목드라마 '더킹 투 하츠'에 출연했지만 같은 사람인지 몰랐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조연에 대한 서러움을 웃음으로 풀어냈다.
게다가 라미란은 노래 실력까지 뛰어났다. BMK의 '물들어'를 열창한 라미란은 "나도 연기를 하면서 보는 분들께 내 연기가 다 물들어서 스며들었으면 좋겠다"는 선곡 이유를 말하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라미란, 처음 이름을 들으면 낯설 수 있다. 얼굴을 보면 '아~ 그 배우?'라고 손뼉을 치면서도 정확한 대표작 이름을 못 댈 수도 있다. 하지만 조연 연기를 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쏟고 자신의 단점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그녀는 이날 '라디오스타'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빛나는 주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