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승차거부 택시 잡으러 나선 서울시…"이번엔 뿌리 뽑을려나?"

2014-02-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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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직장인 정모씨(34·남)는 지난달 말 종로에서 지인들과 회식를 마치고 혜화역 근처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는 데 1시간 반이 걸렸다. 도로에 택시는 많은데 온통 '예약'된 택시였고, 그나마 '빈차'라고 적혀 있는 택시는 승차거부를 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예약'이라고 적혀 있던 택시가 갑자기 정차하더니 '어디가세요'라고 묻더라"면서 "대학로 쪽이라고 하자 두말없이 가버리더라"고 말했다. 이어 "빈차를 잡아 타려고 하자 문을 잠가놔 열리지 않았다"면서 "열린 유리창에 팔을 넣고 잠금장치를 풀려고 했지만 절대 열리지 않더라. 정말 황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안'(택시발전법)이 통과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고질적 병폐인 승차거부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승차거부를 줄이고 택시 서비스를 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택시 기본요금을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택시기사들도 할 말은 있다. 기본요금이 인상되면서 택시 이용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사납금 2만5000원과 기름값을 내고 기존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거리 고객을 태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3일 서울시는 택시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서울택시센터'를 올 상반기 중 운영한다고 밝혔다. 서울택시센터는 택시의 면허발급·단속·교육·평가 등 업무 전반을 총괄하며, 시 도시교통본부 내 교통지도과와 택시물류과 직원들로 구성된 택시 승차거부 전담팀을 만들어 승차거부 단속과 행정처분 업무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 센터가 과연 택시기사와 승객들의 불만을 아우르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지난해 개정된 금연법 시행으로 흡연업소를 단속하는 단속반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단속을 피해 흡연을 허용하는 식당이 즐비하고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서울택시센터가 진정 시민들이 원하는 시간대에 택시들이 승차거부를 하지 않도록 뿌리까지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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