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액이 1억원에도 못 미치는 자투리 펀드를 가장 많이 가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보면 직접 운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40%가 상장을 유지할 기본요건조차 못 갖추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와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50억원(운용펀드 기준) 미만 펀드는 총 1317개로 이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57개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UBS자산운용(135개) 및 삼성자산운용(111개), 한국투자신탁운용(104개), 한화자산운용(75개) 순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소규모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1억원도 안되는 펀드도 37개에 달해 가장 많다. 하나UBS와 삼성자산운용은 설정액 1억원 미만 펀드가 각각 16개씩이다.
박창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소규모펀드의 증가는 시장 유행 따라 펀드를 출시하는 자산운용사의 관행 탓이 크다”며 “상대적으로 소규모펀드는 수익률이 저조하므로 청산할 경우 사후고객 관리가 어려워 청산을 주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TF 시장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소규모 펀드가 가장 많다.
올해부터는 ETF도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돼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 상장폐지 기준은 ETF 상장 후 1년이 지난 종목 가운데 자산규모가 50억원 미만 또는 최근 6개월간 하루평균거래대금 500만원 미만인 종목이다.
현재 시장에 상장된 ETF는 총 146개로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하는 종목은 30개다. 이 가운데 60% 이상인 19개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ETF이며, 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전체 ETF(46개)의 40%에 달한다.
경쟁사인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상장된 ETF 30개 중 6개(20%),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TF 13개 중 3개(23.08%)가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다양한 ETF 상품군으로 투자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도록 하기 위함이다”며 “펀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 유동성공급자(LP)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사 때만 상장폐지 기준을 면하겠다는 얘기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심사 때만 기준을 넘도록 하는 것은 비용문제 때문이다”며 “지나치게 작은 펀드의 경우 분산투자가 어려워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ETF의 경우 유동성 부족으로 거래가 안 될 뿐더러 LP가 내놓는 호가의 범위도 넓어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에 거래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운용사와 판매사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