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포로의 함정’에 빠지나?

2014-02-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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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삼성전자가 처한 근본적인 문제는 부품·장치의 경쟁우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성장을 주도해왔던 삼성전자의 실적이 2013년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면서 과거 일본 전자업체들이 부진에 빠진 상황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기업전략 분석가 이즈미 료스케 GF 리서치 대표가 지난해 발간한 ‘일본의 전기 산업 무엇이 승패를 나눌 것인가’라는 책의 내용중 삼성전자와 관련한 내용을 발췌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료스케 대표는 삼성전자가 ‘포로의 함정’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포로의 함정’은 한 회사의 부품 또는 장치사업이 같은 회사가 생산하는 최종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부품·장치 사업의 사내매출 비율이 높아질수록 외부 고객 정보와 제품, 산업의 트렌드에 둔감해져 경쟁우위가 낮아지게 되고, 부품 사업부가 회사의 최종제품 요청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기술개발 및 부품설계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부품·장치사업은 설비 투자 타이밍을 적기에 잡아 나가야 매출을 이어가면서 단독 사업으로 수익성을 키워나갈 수 있다. 하지만 포로의 함정에 빠진 기업은 “최종제품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굳이 왜?”라는 부정적 인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럴 경우 부품·장치사업의 경쟁우위가 없어 사업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NEC의 D램, 샤프의 액정화면(LCD) 패널, 소니의 대규모직접회로(LSI) 등 대부분의 일본 전자업체들이 이같은 포로의 함정을 경험하면서 관련 사업이 위축되거나 철수했다.

료스케 대표는 삼성전자가 포로의 함정에 빠진 세 가지 배경을 제시했다.

첫째,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제품이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였으나 이러다보니 결과적으로 최종제품에 적용되는 자사 부품 비율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가 일본 도시바에 대해 기술적으로 뒤떨어졌는데, 이 현상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빠르게 성장을 시작했을 무렵부터 뚜렷해졌다는 것이다.메모리 사업부가 스마트폰 사업 부문의 제품 공급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제품에 사양을 맞춘 제품 생산 비중이 높아진 탓이라는데, 실제로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칩 크기는 도시바보다 커 칩당 에너지 소비량과 비용을 감안할 때 기술적으로 지연됐다고 료스케 대표는 주장했다.

두 번째로는 미국 애플과의 소송으로 인해 삼성전자가 애플이라는 중요한 고객 중 한 곳을 잃은 것이다.

애플을 놓친 삼성전자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자사 소비비율이 60%를 초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사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판매 호조가 계속된다면 다행이지만 매출이 둔화될 경우 메모리 사업부의 고민은 커지게 된다. 이는 샤프의 대형 LCD 패널 사업과 동일하다. 샤프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밀려 텔레비전(TV) 매출이 떨어지자 TV사업 적자는 물론 LCD 패널사업도 큰 적자에 빠졌다.

삼성전자가 미래 수익사업으로 키우려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도 애플과의 소송으로 먹구름이 끼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애플의 시스템 온 칩(SoC)을 제조하려고 했으나 소송 문제로 향후 수주 전망이 불투명하다. 대만의 TSMC가 애플로부터 선택받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에게까지 순서가 올지는 미지수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장치 기술과 응용 프로그램이 외부에서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자사가 개발한 새로운 부품과 장치를 자사가 개발한 최종제품에 탑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자를 따라가는’ 전략을 버리고 최근 ‘먼저 시장을 여는’ 선도적인 제품 출시 전략으로 전환했다. 새로운 제품의 개발은 엄청난 투자와 고통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의 확실한 성공도 보장받지 못한다.

료스케 대표는 유기전계발광소자(OLED)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자사의 모바일 기기가 지원하는 것 외에는 시장이 확대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아이폰 등에 고화질 LCD 패널을 디스플레이에 채용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1개사에서만 조달 할 수 밖에 없는 OLED 디스플레이를 채용하는 것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그는 삼성전자가 포로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면 먼저 부품·장치 사업은 자사 소비 우선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외부 판매를 항상 의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설계 및 제조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집중력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또한 PC와 스마트폰에 이어 부품과 장치 사업의 수요를 도모할 새로운 혁신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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