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가면 달러 강세가 신흥국에 부담을 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일 한국수출입은행(수은) 해외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주요 신흥국의 유동성위기 발생 가능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수출액에서 중국·러시아·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멕시코·이집트·터키·우즈베키스탄·브라질 등 10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1%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들 10개국 중 유동성 위기 대응능력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은 나라는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두 곳에 그쳤다. 이집트와 터키는 유동성 위기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수은이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금융공사(IIF),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니트(EIU)의 올해 전망치를 활용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비율, 단기외채와 수입액(3개월분) 대비 외환보유액 배율 등 건전성 지표를 분석한 결과다.
이를 통해 인도와 이집트는 올해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각각 GDP의 8.5%, 13.2%에 달할 전망이다. 터키는 수출상품이 저가 상품에 집중돼 있고 원자재 해외 의존도가 높아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GDP의 7.2%로 예상된다.
또 이집트, 멕시코, 터키,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6개국 외환보유액은 단기외채와 3개월분 수입액의 합에 못 미친다. 특히 터키의 외환보유액은 960억 달러로 단기외채의 0.8배, 3개월분 수입액의 1.3%에 불과해 외환유동성 부족이 심각하다는 평가다.
임영석 수은 조사역은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개시에 따른 달러화 강세는 현지화 기준 외채규모를 증가시켜 신흥국 채무상환 부담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선진국 통화당국이 양적완화 조치를 점진적으로 철회하는 데 실패하면 선진국 시장 채권금리가 급등해 신흥국에서 급속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흥국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환율급변에 따른 환차손, 현지 거래처 지급 거절에 따른 대금회수 위험 증가 등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신흥국에 진출한 기업은 무역금융 관련 상품을 활용하거나 결재통화를 변경해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