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응사' 신드롬은 많은 배우를 변화시켰다. 오랜 무명세월을 보낸 배우 정우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것은 물론 KBS 성장드라마 '반올림' 속에 갇혀있던 '옥림이' 고아라를 성나정으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손호준을 빛나는 중고신인으로 만들었고 악역에만 갇혀있던 김성균에게 귀여운 '포블리'라는 애칭도 얻게 했다.
이들 배우만큼 돋보이는 사람이 바로 타이니지 도희다. 연예계에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타이니지. 그룹 내 도희의 인지도는 더 낮았다. 하지만 151cm의 작은 소녀가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와 만나 제대로 사고를 쳤다. 전형적인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에 지독한 서태지 마니아, 입에 욕을 달고 사는 무서운 여수 소녀였지만 시청자들은 그런 그녀를 사랑스러워했다.
예전과 다르게 바쁜 생활이 기쁠 법도 하지만 도희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흔든다. "인지도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어요.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는 것에 대해 기분도 좋지만 앞으로가 걱정돼요. 작은 행동이나 말 한마디에도 조심스러워지는 것을 보니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대중들의 사랑과 인기에 취하기도 전에 자신의 행동과 말투에 신경을 쓰다니. 생각보다 어른스러워 보였다.
그렇다면 멤버들 반응은 어떨까? 멤버 중 유일하게 이름을 알린 도희에게 부러움과 함께 시기, 질투를 느낄 것 같다는 예상은 가볍게 빗나갔다.
"멤버들은 현실적으로 이야기해요. 아주 짧았다고는 해도 무명생활이 있어서 멤버 한 명이라도 대중이 알아주는 것에 대해 감사해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해주는 고마운 친구들이죠. 또래이기에 질투할 수도 있지만 고맙게도 저 덕분에 인지도를 쌓았으니 앞으로 열심히 하자고 계획하는 현실주의자들이에요."
도희는 처음 아이돌가수 타이니지로 데뷔했다. 본직업이 가수이기에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 이름을 알린 것에 대해 혼란이 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응사'가 시작되고 2~3주쯤 지나니 조윤진 캐릭터가 부각되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그야말로 '멘붕'이었어요. '나는 가수로 데뷔했는데 이건 뭐지?' 싶었죠. 혼란이 있었지만 이름을 알릴 좋은 기회가 됐으니 좋아요. 오히려 연기를 준비 없이 급하게 하게 돼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그러면서도 가수 도희와 배우 도희 사이의 고민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묻는 것과 같다고. "두 분야 모두 이제 막 시작하고 열정이 불타오르는 시기이기에 뭐가 더 좋은 것 없이 둘 다 좋고 재미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은 제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욕심만큼 도희는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도 많이 남아있다. 좋은 시나리오와 대본도 꽤 받고 있다는 도희는 자신의 연기 걸림돌로 '사투리'를 꼽았다. 조윤진 꼬리표를 떼기 위해 표준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단다.
"'응사'는 사투리 연기라서 자연스럽게 한 것 같아요. 연기를 계속하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이번에는 운과 사투리 덕분에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고요. 앞으로 사투리 연기를 하는 역할이 들어오면 또 하면 되지만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표준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희가 속한 타이니지는 상반기 컴백을 목표로 앨범 준비에 한창이다. "활발한 음악 활동을 하면서 타이니지만의 음악색을 찾는 것이 가장 가까운 목표"라면서 "가요계에는 왕성한 활동이 필요하더라. 발전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다부진 욕심에서 가수와 배우, 두 역할 모두 훌륭히 소화해낼 도희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