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 위기의 KT호가 새로운 선장을 만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지난 2009년 KT와 KTF의 합병에 버금가는 조직의 전면적인 대수술이 예고되면서 KT는 폭풍전야 상황이다.
KT가 27일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황창규 KT 회장을 공식 선임하게 됨에 따라 황 회장이 어떠한 경영혁신의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KT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 어느때보다 강도 높은 조직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안으로는 조직을 정비하고 밖으로는 실적개선을 이뤄내는게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실적 분석에 따르면 KT의 지난해 4분기 전망치는 매출액은 5조8688억원, 영업이익은 1199억원, 순이익은 564억원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경우 전분기에 비해 61.03%, 58.61%가 각각 줄었다.
핵심 사업인 이동통신 사업에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통시장이 3세대(3G)에서 4세대(4G) LTE로 넘어가면서 '만년 3위'였던 LG유플러스가 KT를 맹추격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이동시장 점유율이 20%에 육박하는 가운데 KT는 30%를 위협받는 형국이다. 나아가 유선사업의 매출 감소를 대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의 발굴이 절실하다.
황 회장은 이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CEO로 내정 되자마자 테스크 포스를 꾸리고 사업 영역별로 경영 계획을 세워 본사와 계열사의 기업 이미지 개선, 조직 개편, 지배 구조 개선, 신성장 동력 확보 등 경영 청사진을 구상해왔다.
이에 따라 설연휴를 전후해 대규모 조직개편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르면 주총 당일날 발표될 수도 있다. 특히 대외 등 업무지원 조직과 연구개발(R&D) 등 현장업무 외 조직에서는 큰 폭의 인사가 점쳐지고 있다. 최근 일부 임원에게 인사를 통보하는 등 본격적인 경영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는 새로운 수익처를 찾기 위해 탈통신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으나 결과적으로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만 늘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르완다 등 글로벌 사업 추진과 50여개의 계열사에 대한 재정비를 해야 한다는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방만한 KT 조직의 효율화도 황 회장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장벽이다. KT 직원은 3만2000명 수준으로 경쟁사(SK텔레콤·SK브로드밴드 5500명)에 비해 최고 여섯 배나 많다. 이석채 전 회장은 KT에 취임한 2009년 6000여명 규모 인력을 내보내며 슬림화 작업에 나섰다.
조직 재정비 작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과거와의 단절'도 빠른 시간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KT 조직은 ‘올레(낙하산 인물) KT’와 ‘원래(기존 KT 인물) KT’로 양분화된 상태다. 하지만 KT 핵심 인사 대부분은 여전히 올레KT 중심의 '이석채 맨'들로 포진해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전 회장도 취임 후 70여명의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은 바 있다.
정권에 줄을 댄 특정 인물이 별다른 전문성 없이 낙하산으로 올 수 있었던 인사 관행을 차단하는 것도 황 회장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황 회장은 CEO로 추천된 직후 부터 핵심 임직원들에게 인사 청탁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외풍 차단에 나서려는 의지를 보여왔다.
KT가 삼성과의 새로운 밀월관계를 구축할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단순히 업체간의 결합이 아닌 국내 ICT를 대표하는 제조사와 이통사의 연대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삼성전자 출신 황 회장이 삼성과 예전과는 다른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이 전 회장은 삼성과 가장 밀접한 사업파트너 였지만 긴장관계를 형성해왔다. 26일 KT가 삼성전자와 함께 다수 시청자에게 HD급 영상 콘텐츠를 동시 전송하는 LTE 멀티캐스트 기술(eMBMS)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훈풍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양사는 'LTE eMBMS' 상용 서비스 확대 및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고 전 세계 LTE 사업자와 협력해 솔루션 및 단말기와 상용 서비스 제공 지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KT가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타이젠 스마트폰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색된 양측 관계가 이미 상당부분 완화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