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신년사를 통해 김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더욱 심화돼 왔다"면서 "향후 과제는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 즉 소비와 투자가 더욱 진작되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며 통화신용정책도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러한 정책기조와 일관성을 갖고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후생증진과 고용확대를 위해서도 내수의 확충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향후 경제상황에 대해 "새해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질곡으로부터 미국을 위시한 선진경들이 서서히 벗어나는 조짐이 보이게 될 것이며, 비전통적 수단이 통화정책을 주류를 차지했던 시대로부터 다시 예전으로 복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훈 형태의 수단들이 계속 개발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른 제도 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시대적 환경이 달랐을 때 당시 여건에 적합한 목적에 의해 도입되고 운영됐던 제도들이 지금도 그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지에 대해 재점검을 시도할 때가 됐다"면서 "위기가 극복된 이후에는 새로운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 총재는 "금융ㆍ외환ㆍ자본시장부문 관련해 전반적으로 장기적 비전을 세우면서 검토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면서 "우리경제의 발전수준과 국제적 규범과의 적합성에 대한 분석들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선진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 정책에 대해서는 "당장 우리가 이것을 수행하는 것이 적정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이것을 오랜기간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전망 능력을 높여 이러한 정책수단 활용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저물가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이 경제주체들 간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총재는 "경제성장추세, 인플레 기대심리, 임금상승률 등의 변화추이를 전망해 볼 때 우리 경제가 저물가나 디플레를 경험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경험적으로 타당하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들에게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최근의 저인플레 상황이 국제유가와 원자재 및 곡물가격의 하향추세에 주로 기인하고 국내적으로는 정부의 무상보육 및 복지정책에도 부분적으로 기인한다는 점을 경제주체들에게 잘 인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소통) 정책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총재는 "시장에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이즈(소음)는 나타나게 마련"이라며 "통화정책은 노이즈 대비 시그널(신호)의 비율을 높이도록 추진돼야 하며,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정책이 보완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초 한은 내에 신설한 커뮤니케이션국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또한 김 총재는 "조직 특유의 고령화 현상은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할 책무가 있다"면서 인력 구조 개혁의 필요성도 짚었다.
한편 김 총재는 지난 한 해동안의 업무 성과에 대해 △통화스와프 체결 △신용정책(기술형 창업지원 등) 활용 △국제규범작성 참여 △골든북(지역경제보고서) 발간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