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를 침체로 몰아넣었던 미국 경제가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와 함께 경기회복의 신호를 알렸고, 국내 경기 역시 조금씩 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돌발 변수들과 세계 각국의 서로 다른 상황으로 경기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고, 업종별 전망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어 전문가들은 위기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 전자, ‘시장 포화상태에 따른 성장세 둔화’
전자IT산업은 내년에도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다만 성장세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IT제조업 수출 총액이 올해 보다 5.9% 증가한 1432억88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IT제조업 수출이 1352억5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5%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둔화된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올해 14~15% 수준이었던 반도체·정보통신기기·가전 분야의 수출 증가율은 내년 5~7%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올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디스플레이는 내년 3.0%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년간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던 스마트폰의 경우 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업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내년 전체 스마트폰 성장률(출하량)이 올해 43.5%에서 내년 18.1%로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포화상태에 접어든 국내외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성장세는 줄어드는 반면 보급형 스마트폰과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이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TV 등 가전은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회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영향으로 프리미엄가전 수요가 확대되고 해외생산처의 부품 수요가 늘어나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의 경우 중국 등 신흥권 스마트기기 시장과 세계 빅데이터시장 확대 등으로 낸드플래시와 모바일용 시스템반도체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자동차 ‘내수·수출 증가 속 수입차 시장 확대 주목’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의 경우 수출비중 높은 SUV 수요증가와 해외생산처의 부품수요 확대 등으로 올해 보다 수출이 6.7%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올해 성장률 3.6%보다도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내수 시장 역시 신차 출시효과에 힘입어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내년에는 1.9% 증가한 158만8000대가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한-EU FTA로 인한 관세인하 효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수입차들의 국내 시장 내 영향력 확대와 그에 대응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등은 국내 자동차의 내수판매 규모는 158만대로 올해보다 1.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며, KAMA는 내년도 수입차 시장 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 조선·철강 ‘부진 지속…어려운 한 해’
오랜 침체기를 겪었던 조선·철강업계는 지난해 엇갈린 명함을 내놨다. 조선업계가 세계 시장에서 발주량이 증가하고, 선가지수를 회복하면서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목표 수주량을 거뜬히 채운 반면, 철강업계는 여전한 공급과잉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년에는 두 업종 모두 어려운 한 해를 보내게 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조선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재정위기 이후 선박 수주가 축소되고 그에 따른 건조량 축소 영향 지속으로 연간 10%의 감소폭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철강업계 역시 중국수요 둔화 지속에 따른 단가하락과 신흥국 설비증설 및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어려움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다만 상대적으로 지난해 극심한 부진에 대한 기저효과로 인해 실적 개선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예상 철강생산량은 7080만톤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할 전망이다.
◆ 정유·화학…긍정적 요인 많아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보인 정유 업계는 올해 긍정적 요인이 많은 편이다.
글로벌 시장이 침체기에서 벗어나면서 수요회복을 기대하고 있고, 특히 미국에서 셰일가스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원유 공급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급확대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경우 가격하락을 피할 수 없고, 그에 따른 글로벌 시장 내 경쟁이 더 치열해 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화학업계도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의 회복력이 얼마나 이어질지 불확실한 점이 불안 요인이다.
◆ 항공 해운…여전히 어려움 지속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낸 항공·해운업계는 올해 역시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 흐름과 별개로 국내 항공 및 해운업체들의 개별 상황이 어려워 올해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한진그룹은 한진해운과 함께 유동성 마련과 실적개선을 어떻게 하느냐가 올 한 해를 좌우 할 것으로 보이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그룹사인 금호아시아나의 경영정상화에 따라 올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상선도 현대그룹의 유동성 공급 여부에 따라 조기 경영정상화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업계는 다만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인한 여행수요 및 물동량 증가 등에 기대를 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