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쌍용건설 직원들, 법정관리 위기에 "집에선 어려운지 모르는데..."

2013-12-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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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집에서는 뉴스를 잘 안보니까 지금은 회사가 어려운지 잘 몰라. 그런데 만약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언론에 나와서 알게 되면 걱정 많이 하겠지? 연말이 연말같지 않네."

고사 위기에 놓여있는 쌍용건설 직원들이 사내 엘리베이터에서 나눈 이야기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쌍용건설이 채권단과 군인공제회의 이익 다툼 속에 중대 기로에 서있다. 이 직원들의 이야기처럼 추운 날씨에 자칫 길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쌍용건설은 이달 말 만기 도래하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B2B전자어음) 1000억원을 갚아야 한다.

26일까지 채권단의 지원 결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를 결제할 수 없게 되면서 1600여명에 이르는 직원은 물론 1400여개 협력업체, 그 가족들까지 포함해 10만여명이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채권단 내 이해관계가 다르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자인 군인공제회와의 갈등으로 쌍용건설 지원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분위기는 갈수록 법정관리쪽으로 기울고 있다.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 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사의 대외 신인도 추락 등 파장이 심각할 전망이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계약상 해외의 모든 공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해외건설 공사 차질이 불가피하고 자칫 국제 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다. 쌍용건설이 맡은 프로젝트는 싱가포르 등 8개국 16개, 3조원 규모에 이른다.

건설업계에서는 "채권단은 정상적인 워크아웃을 위해 쌍용건설에 자금 지원을 지속하고, 군인공제회는 무리한 가압류 등을 하지 않는 등 서로 한발씩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전히 채권단과 군인공제회가 서로 양보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쌍용건설이 이대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의 파장과 10만여명의 생계는 어쩔 것인가. 이제 그만 뒷짐을 풀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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