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회장 2차공판…603억 비자금 공방

아주경제 한병규 기자 = 2000억원대의 탈세 및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53) CJ그룹 회장 재판에서 국내 법인에서 조성된 603억원 비자금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공방을 벌였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 심리로 열린 이 회장에 대한 2차 공판에서 검찰은 “국내에서 조성된 부외자금은 쇼핑백이나 A4박스에 담겨 은밀히 전달됐고, 개인재산 장부에 기재돼 관리된 점 등을 고려하면 비자금 조성 시점부터 횡령 의사가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 측이 비자금에 대해 “임직원 격려금으로 지출된 것”이라고 받아치자, 검찰은 “격려금 명세표를 보면 비자금으로 조성된 1만원권이 아닌 수표나 주식 형태로 사용됐기 때문에 격려금과 비자금은 별개”라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회사가 삼성그룹에서 분리돼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비자금뿐 아니라 개인재산까지 털어 격려금으로 지급하는 등 회사를 살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비자금을 조성한 행위를 횡령으로 보는 것인지, 비자금을 사용한 행위를 횡령으로 보는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아 방어권을 행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검찰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다음 기일까지 입장을 정리해 재판부에 제출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개인자금과 부외자금이 혼합해서 사용됐을 경우 횡령 혐의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 검찰에 석명을 구하는 한편, 변호인 측에는 부외자금이 공적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증거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검찰은 2008년 CJ그룹 세무조사 당시 고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건에 대한 국세청 직원 증인신문 때 비공개 진행 의사를 타진해 의혹을 불러오기도 했다. 국세청이 당시 CJ그룹 세금탈루 사실을 고발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CJ 측이 고위층에 로비를 폈을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이다.

변호인 측이 검찰 측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국세청 직원에 대한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편, 신장이식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중인 이 회장은 휠체어를 타고 출석했다. 이 회장은 이 회장은 CJ그룹 직원들과 공모해 국내외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관리해오면서 546억원의 세금을 탈루하고 963억원의 국내·외 법인 자산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