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파행 예고된 재활용정책, 주민 반대 반가운 정부

2013-12-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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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버린 '행복주택' 정책… 비싼 건축비에 정부도 주춤

"주민 반대 의견 수용하는 척 정책 취지 퇴색 시키냐" 지적

행복주택이 첫삽을 뜨기도 전에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오류동역사에서 내려다 본 오류지구 철도부지 전경.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정부가 행복주택 세대수를 줄이는 등 반대 의견을 수용하는 모양새지만 실상은 과도한 건축비 때문에 주민 반대를 명분으로 삼아 스스로 정책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철길 위에 짓는 임대주택 모델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도 검토됐다가 건축비 문제로 폐기된 정책이지만 박근혜 정부가 공약으로 활용하기 위해 정책을 재활용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행복주택사업은 공급 규모를 기존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대폭 줄였고 철도부지·유수지를 활용한다는 방침에서 도시재생과 연계해 지자체의 손을 빌려 추진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노후·불량 주거지를 수용하거나 나대지를 활용하고 노후주택 매입 등을 통해 행복주택을 짓게 된다. 기존의 철도부지와 유수지를 활용해 짓겠다던 방침에서 모델을 다양화한 것이다.

이같은 정책 변경의 핵심은 건축비 부담이다. 철도부지 위에 인공구조물(데크)을 올려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발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8월 20일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도심 내 유휴 철도부지를 복합용도로 개발, 직주근접형 소형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범사업지로 서울 중랑구 망우역을 선정했다.

전용면적 33㎡ 이하부터 84㎡까지 1196가구의 임대주택을 짓고 임대보증금 2000만~8500만원에 월 임대료를 16만~71만원으로 책정하는 등 구체적 계획까지 나왔지만 폐기됐다. 철도부지 위에 데크를 올리는 등 용지조성에만 3.3㎡당 600만원 이상 든다는 연구용역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주택공사(현 LH)의 연구용역을 수행했던 한 국토부 산하기관장은 "지난 정부에서 설계발주까지 다 했었지만 철도 위 데크 건설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결국 폐기됐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오류지구 행복주택의 순수 건축비가 3.3㎡당 1700만원에 이른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철도 위 데크 뿐만 아니라 목동지구처럼 유수지에 들어서는 행복주택 역시 건축비가 예상보다 훨씬 많이 든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목동 유수지의 경우 복개부분을 헐고 연악지반에 파일을 박은 후 재복개해야 하는데다 유수지에 들어선 공영주차장·테니스장 등의 시설물 이전에도 비용이 소요된다. 일각에서는 목동지구 행복주택의 건축비는 부지조성과 건축비를 포함해 3.3㎡당 3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같은 건축비 부담으로 인해 결국 박근혜 정부가 계획했던 철도부지·유수지 등 공공용지 위에 짓는 행복주택은 3만8000여가구로 대폭 줄었다. 대신 뉴타운 해제지역 등 도시재생용지 등에서 3만6000가구, 택지지구나 산업단지의 공공건설용 택지에서 3만9000가구, 민간분양 예정지에서 2만7000가구를 대체 공급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당초 행복주택의 취지를 포기하고 일반 임대주택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업으로 우회하고 규모도 축소한 것은 명백한 정책 후퇴"라면서 "시범지구 주민들의 반대가 정책 후퇴의 핑계를 만들어 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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