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 불공정거래 조사…"관행 정리할 계기"

2013-12-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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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 최근 당국이 조사에 들어간 CJ E&M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기관투자자 간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증권가에선 '해묵은 관행'을 정리하는 계기가 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관행의 근본적인 원인이 베스트 애널리스트제도라는 지적도 있다. 

23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검찰 등으로 구성된 자본시장조사단은 지난주부터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CJ E&M 실적 사전 유출이 있었는지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월16일 개장 전 애널리스트들은 CJ E&M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인 200억원보다 절반 이상 줄 것이란 내용을 기관투자자에게 전달, 손실을 회피하도록 도왔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기업과 기관투자자 사이에 유착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애널리스트는 기업 분석을 위해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가 필요하고, 기업은 증시에서 좋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애널리스트와 가까이 한다. 애널리스트는 최대 고객인 기관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미공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개인은 정보 열세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우선 애널리스트가 보유한 모든 정보를 보고서에 써야한다는 의무가 없다. 

원칙적으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정보를 공개하는 시점과 보고서 발간 시점이 일치해야한다. 증권사가 발간하는 보고서에 '이 자료를 기관투자가 또는 제3자에게 사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명시하는 이유다.

증권사는 자체적으로 직원의 사내 전화 녹음이나 메신저 기록을 보관하고 있지만 정보제공 유출 경로는 다양하다. 개인 휴대전화만하더라도 지나친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어 내용을 열람할 수 없다.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 유착의 근본적인 원인은 애널리스트를 평가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는 펀드매니저나 기관투자자가 맡는다. 언론사 1곳이 뽑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수는 50명 내외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 1300여명 대비 5%에 불과하다.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되면 연봉 인상뿐 아니라 포상금 혜택도 주어진다. 유리한 조건으로 이직할 수 있는 경력도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최근 증시 불황으로 애널리스트가 감원 1순위로 오르자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만일 CJ E&M이 하락하지 않고 상승했다면 증시에서 문제삼지 않을 수 있었다"며 "이는 증시에 드러나지 않은 부당행위가 그만큼 많이 있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실적인 방법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여럿이 탐방을 가는 방식으로 정보를 공론화하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관련자 처벌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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