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은 기자회견에서 “전쟁으로 인한 일본인 희생자는 약 31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다양한 꿈을 갖고 살던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것을 생각하면 정말 참담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후 연합군 점령 하에 있던 일본은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소중한 것으로 삼아 일본국 헌법을 만들고 다양한 개혁을 실시해 오늘의 일본을 일궜다”고 강조했다.
일왕은 “천황(일왕) 자리에 있는 것은 고독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면서도 “나는 결혼으로 내가 소중히 하는 것을 함께 소중히 여겨주는 배우자를 얻었다. 황후(왕비)가 항상 내 입장을 존중하고 곁에 있어 줘 평안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아키히토 일왕은 1933년 12월 23일생으로 올해 팔순을 맞았다. 어린 시절 일본의 패망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고 전후 부흥기에 청년 시절을 보냈다.
지난 1959년 미치코 왕비와 결혼해 세 자녀를 낳았다. 1989년 쇼와 일왕이 사망하자 즉위했다.
2005년 사이판에 있는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에 참배하고 2007년 도쿄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사망한 고(故) 이수현 씨를 소재로 한 영화를 관람하는 등 일ㆍ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기자회견은 사전에 진행됐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사전에 녹화돼 22일 방송된 NHK 프로그램에서 개헌에 대해 “필생의 과업”이라며 “어떻게든 (개헌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바꾸는 것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