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몽에 치이고, 홈쇼핑에 밀리고…설 곳 잃는 패션브랜드

2013-12-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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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 국내 패션업계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매년 세력을 확장 중인 해외 브랜드에 가격경쟁력과 접근성을 무기로 패션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홈쇼핑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형국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수입브랜드와 홈쇼핑의 공세 속에 국내 패션업체들의 포지셔닝이 애매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애매한 가격대 뿐 아니라 포지셔닝에서도 확실한 차별점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겨울철 가장 핫한 아이템으로 급부상 한 패딩이다.

국내업체들은 지난 8월부터 일찌감치 관련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석권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덕분에 패딩 판매량은 매년 수직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임팩트는 '캐몽(캐나다구스+몽클레어)'에 비해 밀리는 게 사실이다. 단순히 판매량이나 유명세를 떠나 캐몽이 일종의 사회적 신드롬 수준으로 떠오르면서 겨울철 패딩의 대명사 자리는 빼앗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도 지난해까지 국내 패딩시장의 최강자는 아웃도어 업체인 노스페이스였다. 심지어 캐몽 패딩은 최근 애견시장에서도 판매량이 40% 이상 증가하는 등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패딩류를 제외한 의류 전반에서는 홈쇼핑 패션제품의 강세가 돋보인다.

지난 18일 주요 TV홈쇼핑 업체들이 발표한 올해 히트상품 분석결과, 패션/잡화 부문의 판매가 초강세를 나타냈다.

GS샵의 경우 히트상품 상위 10개 제품 중 6개가, CJ오쇼핑은 판매수량 기준으로 상위 10개 제품 중 9개가 패션 브랜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홈쇼핑에서는 패션브랜드 '라뽄떼'가 올해의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국내 패션업계 시장 규모는 약 45조원에 달한다. 홈쇼핑 패션브랜드가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향후 2~3년 내에 그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전체 시장의 10%를 넘는 수치다.

이에 비해 패션기업들의 관련 매출은 좀처럼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할인행사에도 백화점이나 가두점 매출이 신통치 않다보니 아울렛이나 해외로 외연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즉각적인 매출 확대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추세는 흔히 말하는 '극과극' 소비행태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캐몽의 급부상은 예상치 못했다하더라도 지난 2~3년간 패션부문에 공을 들여 온 홈쇼핑 업계의 약진은 충분이 예견됐던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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