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셰일가스 서막이 올랐다.
석유화학업계의 2013년은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 아직 세계적으로 개발 초기임에도 이미 산업구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개발이 본격화될수록 파급력은 커질 것이다. 내년은 물론 앞으로 수년간 업계 화두는 셰일가스가 유력하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셰일가스 전망이 올해 불황에도 국내 업계가 선제대응 차원에서 수조원대 투자에 나서게 만들었다.
◆셰일가스 기반 화학산업 부흥
지난해 시작된 셰일가스 이슈가 올해 한층 가시화됐다.
셰일가스는 채굴기술이 발달하면서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이전하던 세계 시장은 셰일가스에 제동이 걸렸다.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가기 전 긴 징검다리가 생긴 셈이다. 세계 셰일가스 매장량이 전세계 인구가 60년에서 100년까지 쓸 정도로 추정돼 그 길이를 가늠할 수 있다. 석유 다음은 가스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세계 셰일가스 매장량의 60%를 차지한다. 미국에 이어 중국이 개발열기에 빠진 것은 당연하다.
셰일가스는 가스 가격을 낮추고 있으며 저렴한 가스로 만드는 화학제품이 북미지역 화학기업의 새 전성기를 불러왔다. 이러한 가스 화학 부흥이 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며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국내 화학산업에는 큰 리스크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기업의 대책은 적진에 뛰어드는 것이다. 지난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해외 가스화학설비 투자에 나선데 이어 올해도 가스 연관 화학산업 대규모 투자가 잇따랐다.
◆수조원대 투자 이면에 셰일가스
한화케미칼이 19일 이라크 가스 기반 화학시설에 약 4조원에 달하는 합작투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라크에서 저렴한 가스를 화학 원료로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또 효성은 최근 2800억원 규모의 화학제품 원료인 프로필렌 증설 사업에 착수했다. 이또한 셰일가스가 투자요인이다. 효성은 미국발 셰일가스 개발로 프로필렌의 원료인 가스(프로판) 가격이 하락, 수익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
정유업계가 수조원대 투자금을 쏟고 있는 파라자일렌(PX)도 셰일가스와 연관이 있다. 셰일가스발 가스 화학시설 투자가 정유시설보다 우선시 되면서 정유시설에서 수율이 높은 PX 등 아로마틱 계열 제품은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다. 수급긴축에 따른 수익성 전망이 밝아 정유사가 적극 투자에 뛰어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유가는 셰일가스 영향으로 하향 안정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가스발전량 확대와 셰일가스와 더불어 생산량이 늘고 있는 셰일오일이 원인이다. 정유업계로서는 이러한 정유부문 리스크인 셰일가스를 화학부문 호재로 풀어야 한다.
앞서 S-OIL의 1조3000억원 규모 아로마틱 증설에 이어 올해 현대오일뱅크가 5300억여원의 아로마틱 일본 합작투자를 완료했으며 롯데케미칼과 아로마틱 원료(혼합자일렌) 투자도 새로 진행키로 했다. 또 SK종합화학이 일본과 1조원, SK인천석유화학이 1조6215억원 규모의 아로마틱 투자를 진행 중이다. GS칼텍스 역시 1조원 규모의 일본 합작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 가운데 정부 규제에 따른 투자 차질이 연중 내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국 수출시장도 셰일가스 붐
정유업계는 갈수록 ‘화학화’ 되고 있다. 올해 정유부문 정제마진 약세로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선방했던 게 화학사업이다. 그래서 더욱 화학사업을 키우려 한다.
이에 정유업계도 화학업계 만큼 중국 수출시장이 중요해졌다. PX 등 아로마틱의 최대 수요처도 중국이다.
중국은 자국 셰일가스 개발과 더불어 화학산업 고도화 정책을 시행해 갈수록 자급력이 높아질 것이 예측된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은 화학분야 분업구조가 유지돼 왔으나 중국의 국산화가 진행되는 위협요인이 부상하고 있다. 그래도 중국 시장이 불황을 지나 정상적인 수요 성장기에 재진입하면 수출리스크는 우려할 수준이 못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올해 중국은 점진적인 수요회복이 진행됐으며 이에 국내 화학업계의 실적도 전년보다 개선되는 추이를 보였다. 올들어 거의 매달 대중국 화학제품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러한 점진적 회복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가야할 길은 신소재
장기적으로는 중국 화학산업과 차별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고품질 화학제품 개발을 통한 고부가화와 연관 신소재 산업으로 진출하는 게 업계의 주된 장기플랜이다.
올해는 그런 부분에서 성과가 많았다. 특히 화학섬유 기업들이 주도했다. 중국 자급력 확대 리스크가 가장 먼저 부각되고 있는 것이 화섬이라는 점에서 유독 활약상이 많았던 이유가 짐작된다.
가장 큰 이슈는 탄소섬유다. 지난해 태광산업에 이어 올해 다수 대기업이 추가 진출했다. 도레이첨단소재와 효성, GS칼텍스, 삼성석유화학 등이다.
삼성석유화학은 주력 화섬사업이 중국 자급력 확대에 따른 수요부진을 겪는 대표적 사례였다. 그래서 더욱 탄소섬유 신사업 진출이 화제가 됐다.
또 효성의 경우 탄소섬유뿐만 아니라 올해 나일론 이후 75년만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분자 신소재 폴리케톤을 상용화해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