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부동산경기 침체 속에서도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최근에는 재건축단지로까지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옮겨가는 추세다.
18일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11월 전국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이하)와 중소형 아파트(60㎡초과~85㎡이하) 가격은 전달에 비해 각각 0.38%, 0.34% 올랐다. 같은 기간 중대형(85㎡초과~102㎡이하)과 대형(102㎡초과~135㎡이하)은 각각 0.12%, 0.04% 상승에 그쳤다.
부동산 호황 시기에는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좋은 중대형 위주로 신규물량을 공급했고, 정부도 공공주택을 전용 85㎡ 기준으로 공급해 소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투자금액이 적고 환금성이 좋은 소형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다. 실수요자들도 무리하게 중대형을 구매할 이유가 사라지면서 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분양한 울트라건설의 '광교 경기대역 울트라 참누리'의 경우 최근 97%의 계약률을 보여 조만간 모델하우스를 철거할 예정이다. 이 아파트는 모두 전용 59㎡의 소형으로 구성됐다.
울트라건설 관계자는 "최근 주택시장에서 30평 이하 소형이면 분양에 성공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광교에는 대형평수 아파트가 대부분이라 실수요자들이 소형 평형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계약이 잘 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설계기술 발달도 소형 인기에 한 몫하고 있다. 전용 60㎡ 이하에도 4베이 적용이 가능해지면서 면적을 넓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래미안대치청실의 경우 전용 59㎡B형 청약경쟁률이 49대 1을 기록해 84㎡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재건축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서울 강동구 일대에도 소형 바람이 불고 있다. 구는 경기침체로 중대형 주택의 분양이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 재건축사업을 중소형 위주로 변경하는 등 발빠르게 사업성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고덕3단지는 지난 6월 중대형 주택을 축소하고 전용 85㎡이하 규모 주택을 약 30% 증가시키는 내용으로 정비계획을 변경했다. 소형주택 증가로 인해 가구수는 3479가구에서 4066가구로 늘어나 사업성이 개선됐다.
삼익그린1차아파트 역시 중소형을 확대하고 가구수를 늘리기 위한 건축·교통통합심의를 통과했으며, 고덕4·6·7단지 등도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검토해 내년에 이행할 예정이다.
여기에다 앞으로 대형 아파트 한 가구를 중소형 두 가구로 쪼개는 '1+1 재건축'이 가능해지면서 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조합원은 본인이 소유한 기존 주택의 전용면적 범위 내에서 최대 두 가구까지 분양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두 가구 중 한 가구는 전용 60㎡ 이하로 면적이 제한되고, 3년간 집을 팔 수 없다. 전용 142㎡를 소유한 조합원의 경우 재건축을 통해 새로 분양받을 주택을 85㎡와 57㎡ 2가구로 나눠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중대형 가구가 많은 서울 강남권 등이 가장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용 120㎡이상인 서울시내 재건축단지는 1만651가구에 달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 센터장은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전세난으로 내집마련 전환 수요가 늘면서 내년에도 소형 아파트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