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전남 영암)ㆍ정치연 기자 =지속적인 경기 불황에도 지난달 말 나란히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S-클래스'와 현대자동차 '신형 제네시스'가 연말 고급차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예상보다 큰 인기에 계약 대수에 비해 출고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없어서 못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의 플래그십 모델 신형 S-클래스는 출시 20여일 만에 3500여대 이상 계약됐으며, 현대차의 야심작 신형 제네시스는 누적 계약 대수가 무려 1만1300여대를 넘어섰다.
지난달 이미 출고된 물량을 빼면 현재 신형 S-클래스의 대기 수요는 3200대에 달한다. 연말까지 국내에 할당된 S-클래스 출고 물량은 1000대. 이달까지 출고를 마치더라도 나머지 2200대를 계약한 고객은 내년부터 차례로 차량 출고를 기다려야 한다.
이처럼 출고가 지연되는 이유는 신형 S-클래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처음 출시된 신형 S-클래스는 3만대 이상이 계약됐지만, 11월 말 기준으로 1만4000명의 고객만이 신차를 인도받았다. 대기 수요가 아직도 1만6000대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출시 물량인 1000대도 출시 수개월 전부터 본사에 요청해 어렵게 확보한 물량"이라며 "신형 S-클래스의 물량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형 S-클래스는 최고급 대형 세단임에도 연료 효율성이 우수한 디젤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출고된 300대 가운데 디젤차인 S 350 블루텍 모델은 187대로 62.3%를 차지했다.
신형 S-클래스의 가격은 모델에 따라 1억2990만~2억220만원. 모델 라인업 가운데 가격이 가장 비싼 한정판 모델 S 500 롱 데이션1도 100대 가운데 벌써 31대가 팔렸다.
신형 S-클래스보다 하루 일찍 출시된 현대차의 대형 세단 신형 제네시스도 지난달 19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1만1300여대가 계약되며 초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의 누적 계약 대수인 1만1000여대는 구형 제네시스의 올해 판매량(1~11월 기준)인 1만1039대를 웃도는 수치다. 이는 하루 평균 530여대가 계약된 것으로 2008년 구형 제네시스가 출시 이래 같은 기간 하루 평균 210대가 팔렸던 것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팀 이사는 "신형 제네시스의 반응은 계약 대수로 알 수 있듯 기대 이상"이라며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형 제네시스는 젊은 고객과 법인 고객의 비중을 빠르게 늘려가며 판매량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30~40대의 구매 수요가 늘어난 점도 제네시스 판매량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 신형 제네시스 계약 고객 중 30대는 13%를 차지해 전 모델보다 1%포인트 늘었고, 40대는 30%에서 35%로 5%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50대 이상 구매자는 38%에서 35%로 줄었다.
이와 함께 리스와 렌트, 법인 비중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와 렌트 고객은 26.2%에서 33.5%로 7.3%포인트 증가했고, 법인 고객은 21.9%에서 25.0%로 3.1%포인트 증가했다. 개인 고객은 51.9%에서 41.5%로 감소했다.
현대차는 특히 신형 제네시스가 인기를 끌면서 경쟁차종을 보유한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 독일 3사의 판매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 이사는 "지난달 경쟁모델인 BMW5 시리즈,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등 3개 차종의 판매량이 올해 월평균 판매대수를 밑돌았다"며 "신형 제네시스 대기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