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이립(而立) 맞은 SK하이닉스, 새로운 도약에 나서다

2013-12-1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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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지난 12일 SK그룹이 발표한 임원급 승진자 10명 중 3명이 SK하이닉스 소속이었다.

최태원 회장의 구속 등으로 그룹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올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한 SK하이닉스에는 승진 보따리를 안겼다. 무려 43명이 승진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지난 1983년부터 시작된 SK하이닉스의 역사 중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아직 4분기 실적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올해 영업이익은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던 기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닝 서프라이즈급 성과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현대전자로 출발해 하이닉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가 지난해 SK그룹이 인수하면서 사명 앞에 'SK'를 붙이게 됐다. 처음 SK그룹의 일원이 됐을 때는 서자 취급을 받았지만 불과 1년 만에 그룹 이익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효자가 됐다.

지난 10여년은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인고의 세월이었다. 경영난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후에는 정책금융공사를 비롯한 채권단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 왔다.

기자는 금융권 취재를 하며 SK하이닉스의 매각 작업이 수차례에 걸쳐 무산되는 것을 목도했다. 그럴 때마다 들려오는 SK하이닉스 직원들의 한숨 소리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좋은 주인을 만나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SK그룹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한 뒤 올해 들어 잠재력을 마음껏 폭발시키고 있다. 물론 D램 가격 상승 등 반도체 업황 개선이라는 호재를 만난 덕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사람의 인생에 비유하면 모든 기반을 닦은 나이인 '이립(而立)'이 된 것이다. 공자는 스스로 "30세가 되자 학문의 기초가 확립돼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이립을 맞은 SK하이닉스도 그동안 쌓은 기반을 바탕으로 이제 새로운 도약에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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